▲ 뉴질랜드 '가방 속 아이 시신' 용의자로 울산에서 검거된 40대 이 씨가 서울중앙지검으로 인계되기 위해 청사를 나오고 있다.
7년 전 뉴질랜드에서 어린 자녀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한인 엄마가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 배심원단은 이모(44) 씨가 자신의 자녀들을 살해한 뒤 수년간 방치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이 씨는 2018년 6월쯤 9살 딸과 6살 아들에게 항우울제를 넣은 주스를 먹여 숨지게 한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그는 2017년 남편이 암으로 숨진 뒤 약 7개월 만에 자녀들을 살해하고 이들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오클랜드 한 창고에 보관한 채 한국으로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씨의 변호인들은 재판에서 사건 발생 당시 이 씨가 남편의 사망에 따른 충격으로 우울증에 걸려 심신 미약 상태였기 때문에 살인 혐의는 무죄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씨가 온 가족이 목숨을 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자녀에게 항우울제를 먹였으며, 자신도 항우울제를 먹었지만 복용량을 잘못 계산해 이후 깨어났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이 씨가 우울증을 앓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심신 미약 변호를 뒷받침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이 씨가 자녀들 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냉정한 이기심에서 그들을 살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실제로 범행 후 2018년 하반기에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개명을 신청해 이름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2022년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자 자녀들의 시신을 유기한 창고의 임대료 납부를 중단했고, 이에 따라 창고 보관 물품이 온라인 경매에 부쳐졌습니다.
창고 내용물을 낙찰받은 현지 주민이 가방에서 아이들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이 씨는 울산에서 검거된 뒤 뉴질랜드로 송환돼 구속됐습니다.
약 2주간 계속된 재판 동안 이 씨는 법정에서 고개를 숙이고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침묵을 지켰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 씨는 과거에 뉴질랜드로 이주해 현지 시민권을 얻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