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의 룽거컴퍼니 조직원 검거 현장
태국 파타야를 거점으로 로맨스스캠(연애빙자사기)과 코인사기, 노쇼사기를 일삼으며 200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범죄 조직이 붙잡혔습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 가입·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 '룽거컴퍼니' 조직원 25명을 검거했으며 이중 21명을 구속했다고 어제(22일) 밝혔습니다.
룽거컴퍼니라는 조직 이름은 중국 국적 총책의 가명 '자룡'에서 딴 것입니다.
용의 중국어 발음 '룽', 형님의 중국어 발음 '거'가 합쳐져 '용 형님의 회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조직원은 총 36명 규모로, 검거된 25명 외 총책 자룡 등 9명은 현재 태국 경찰에 붙잡혀 국내 송환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두 명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령하고 국제공조를 요청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조직원들은 작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거주하는 878명을 상대로 210억 원의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은 사기 유형에 따라 팀을 세분화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로맨스스캠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확보한 인물 사진을 도용해 친밀감을 형성한 뒤 '특정 사이트에 돈 입금 미션을 하면 함께 여행할 항공권을 받을 수 있다'고 속였습니다.
코인사기팀은 한 로또 추천사이트의 고객 정보를 확보해 이들에게 사이트 가입비용을 환불해준다거나 개인정보 유출 피해보상 명목으로 코인 매수 기회를 준다며 돈을 받아 챙겼습니다.
군부대 등을 사칭해 대량 주문을 예약한 뒤 '특정 상품을 준비해달라'고 대리구매를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노쇼사기팀,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본인 명의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다'며 돈을 요구하는 기관사칭사기팀 등도 적발됐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사기조직의 본부장급으로 활동하던 자룡은 본인의 조직을 만들고자 함께 일하던 조직원 몇 명을 태국으로 데려가 구인광고와 홍보로 조직원을 추가 모집해 룽거컴퍼니를 꾸렸습니다.
이곳의 팀장급 간부들은 조직원의 생활을 엄격히 관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외출·외박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사무실 출근 시 개인 휴대전화를 보관함에 두고 가도록 하거나 화장실 사용시간까지 제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총책과 갈등을 빚는 조직원에게는 흉기로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습니다.
룽거컴퍼니에 대한 수사는 "아들이 태국에서 감금됐다"는 신고를 받은 주태국 한국대사관이 태국경찰에 공조를 요청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태국 경찰은 지난 6월 파타야 내 한 리조트를 급습해 조직원 20명을 검거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이외 3명의 조직원이 자진 귀국해 조사받았으며, 국내에서 별건으로 수사받던 2명이 룽거컴퍼니와도 연관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경찰은 또 총책과 팀장 등 7명을 특정해 태국에 알렸고, 그 결과 추가로 9명이 체포될 수 있었습니다.
이날 경찰 브리핑에 참석한 탓차이 피타닐라붓 태국 경찰청 스캠 태스크포스(TF) 단장은 "룽거컴퍼니가 태국이 아닌 한국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하다 보니 태국에서는 이민법 위반 정도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며 "한국 경찰과 상의해 한국으로 이들을 보내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송환을 추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태국에 체류하는 사기조직이 한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신속히 협력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룽거컴퍼니와 연계된 태국 내 다른 조직과 사무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또 '온라인상에서는 모든 것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하고 피싱 사기를 조심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