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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연봉을 더 많이 받을까? 의외의 정답 [스프]

[갑갑한 오피스] (글 : 권남표 노무사)

연봉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네 사람 중 가장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이 누구일까? 1. 도널드 트럼프, 2. 이재명, 3. 시진핑, 4. 리셴룽.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모두 각국의 최고 권력자로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외교·안보·경제 정책의 최종 결정을 내리며 행정부를 이끈다. 국가의 규모가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기준을 세워서 마음속 1등을 생각해 볼 법하다. 임금 관련 교육에 나가서 청중들과 이야기해 보면 경제·군사 초강대국인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1등이라는 생각부터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이 1등이라는 생각, 약간의 민족주의를 감안해서 이재명 대통령이 1등이라는 생각들이 나온다.

정답은 의외로 싱가포르 총리 리셴룽이다. 트럼프의 연봉은 40만 달러, 한국 대통령은 약 17만 달러, 시진핑 주석은 2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넷 중 최고연봉자인 리셴룽 총리는 성과급을 포함해 약 170만 달러를 받는다고 알려졌다(다만 연금, 복지, 부가급여 등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다). 초강대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노동이 하나의 상품처럼 수요-공급에 의해 자동적으로 조율되고, 그 결과 노동의 가격(임금)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임금은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정치적·사회적으로 결정된다.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가 높은 급여를 받는 이유는, 충분한 보상이 부패를 예방한다는 전략적 사고의 산물이다. 반면 시진핑 주석의 급여는 사적 이익이 아닌 당과 인민에 대한 헌신으로 비추어지고자, 2만 달러 수준으로 정치적 연출을 한다. 일의 가치는 경제적 필요나 동일한 직무 여부가 아닌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이 된다.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영화 '히든피겨스'는 이 사실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영화 속 세 명의 주인공들은 당시 NASA에서 '컴퓨터(연산작업을 하는 기계인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전, 로켓의 궤적을 계산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직업)'로 불린 여성 수학자들이었다. 이러한 계산 작업은 본디 남성 엔지니어가 담당했던 고급 전문직 업무였으나, 1930-40년대 전쟁과 항공 산업의 확장으로 계산 수요가 폭증하자 NASA는 여성들을 대거 채용했다. 그리고 여성 직종인 '컴퓨터 집단(computer pool)'을 만들었다.

1940년대 주니어 컴퓨터 여성의 연봉은 약 1,440달러, 같은 자격을 가진 남성 엔지니어는 약 2,600달러를 연봉으로 받았다. 약 80% 차이, 이 차이는 노동의 생산성이나 가치에 따른 격차가 아닌, 일을 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른 격차였다. 성별, 인종, 계급 등의 이유로 천대받는 집단이 특정 직종을 주도하게 됐을 때, 그 직종은 덜 기술적이고 덜 중요한 일로 인식되는 편견이 작동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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