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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행사 나온 조희대 대법원장 "법은 통치수단 아닌 삶의 토대"

국제행사 나온 조희대 대법원장 "법은 통치수단 아닌 삶의 토대"
▲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늘(22일) 세종대왕의 법 사상을 널리 알리고 조선 시대 '재판장'으로서 남긴 일화와 한글에 담긴 애민 정신을 공유하기 위한 대법원 국제행사에서 "법은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을 향상시키는 토대"라고 강조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오늘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세종대왕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최근 여권에서 앞선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 '4인 회동설'을 토대로 사퇴를 촉구하는 등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식 석상에 나온 조 대법원장은 그러나 원론적 표현 외에 현안과 연관된 특별한 직접적·구체적 언급은 없었습니다.

대법원이 개최한 이번 행사에는 10여 개 국가 대법원장·대법관이 참석해 '법치주의와 사법 접근성의 제고'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에 나섭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의 측면에서 볼 때 세종대왕은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라는 '민본사상'과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백성을 위한 정의롭고 공정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셨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리하여 통일된 법전을 편찬하고 백성들에게 법조문을 널리 알려 법을 알지 못해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하셨다"며 "또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백성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형사사건 처리 절차를 분명하게 기록하게 하고, 사건 처리가 장기간 지체되지 않도록 하며, 고문과 지나친 형벌을 제한해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하셨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세종대왕께서는 언제나 백성을 존중하되,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깊은 측은지심을 간직하셨다"며 "인본주의적인 법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냄으로써 공동체의 안정과 평화를 추구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의 소통과 상생의 가치 중시를 언급하며 "법의 공포와 집행에 있어서는 백성들에게 충분히 알리셨고, 공법 시행을 앞두고는 전국적으로 민심을 수렴해 백성들의 뜻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은 '지속 가능한 정의를 위한 사법의 길'이라는 1세션 주제를 소개하며 "세종대왕께서는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으셨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백성을 중심에 둔 세종대왕의 사법 철학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법의 가치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며 "이번 세션을 통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법치와 사법 독립의 정신을 굳건히 지켜내고 정의와 공정이 살아 숨쉬는 미래를 함께 열어갈 지혜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인공지능(AI)와 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한 3세션과 관련해 "기술 의존으로 인한 판단 오류와 법적 책임의 불명확성, 판단의 공정성에 대한 새로운 의문과 같은 도전적 과제 역시 직면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 사법 영역에서 이뤄진 인공지능 활용의 다양한 사례와 성과를 폭넓게 공유하고, 정보 격차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해 인공지능을 통한 사법 접근성의 실질적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발음기관의 모습과 발성의 원리를 본떠 자음 바탕글자를 만들고 하늘·땅·사람의 형상을 본떠 모음 기본글자를 만든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와 철학을 직접 해외 대법관들에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세종대왕의 법 사상을 기리고자 마련된 이번 콘퍼런스가 법치주의와 사법의 이상을 새롭게 확인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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