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코파이
"제가 피해자분께 5만 원 입금해드릴 테니 더 이상 이런 재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 든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꺼내먹은 죄로 법정에 선 보안업체 직원 A(41) 씨의 사연이 언론보도로 알려지자 언론에 접수된 한 시민의 바람입니다.
피해금 1천50원이라는 희대의 재판을 접한 많은 이들이 각박한 세태에 대한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와중에 벌금 5만 원을 선고한 1심과 달리 2심의 양상은 사뭇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오늘(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 씨의 절도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1심의 증인신문은 문제가 있다"며 새로운 증인 2명을 채택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변호인은 "먼저 이 사건은 평소 다들(물류회사·보안업체 직원, 탁송 기사 등) 비슷하게 과자를 갖다 먹은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증인인) 보안업체 직원은 1심 증언 도중 검사가 '그럼 당신도 과자를 먹었느냐'고 묻자, 자기에게도 괜히 불똥이 튈까 봐 방어하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와 함께 보안업체에서 일한 이 증인은 앞선 신문에서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간식을 먹은 적은 있다"면서도 "사무실에 냉장고가 있는 줄은 몰랐고 거기서 간식을 꺼내먹지는 않았다"라고 다소 애매하게 답변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증언 등을 근거로 A 씨가 이례적으로 사무실 직원의 허락없이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훔치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요청한 2명은 1심 때와는 다른 인물"이라며 "둘 다 사무실의 사정을 잘 아는 분들인데, 제가 증언을 부탁한 과정이 왜곡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통화내용을 녹음했다"고 밝히면서 그들과의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한 검사의 이의가 없자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2명을 모두 다음 기일에 신문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 30일 열리는 증인신문에서는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사무실 냉장고에 있는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허락 맡고 먹는 게 당연했는지에 관한 문답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절도죄는 권리자(피해자)의 승낙이 있다면 사건이 구성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유력한 견해인데, 이 승낙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면 묵시·추정적이어도 성립한다는 판례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대법원은 동거 중인 피해자의 지갑에서 현금 6만 원을 꺼내간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돈을 꺼내는 것을 보고도 현장에서 피고인을 만류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이를 허용하는 묵시적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면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도 원청인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를 하청인 보안업체 직원과 탁송 기사도 관행적으로 이용했다는 증언이 나온다면 원심의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워낙 관심이 큰 사안이어서 재판 도중 법리적 견해를 밝히는 게 조심스럽다"며 "그 냉장고를 하청 직원 중 오로지 피고인만 이용했다면 법적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혐의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그보다 이게 재판까지 갈 사안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보안업체 노조윈인 A 씨는 지난해 1월 18일 오전 4시 6분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내 사무실의 냉장고 안에 있던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먹은 혐의로 벌금 5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절도죄로 유죄를 받으면 직장을 잃을 수 있어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무죄를 다투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