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 수위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
강원 강릉지역 주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최근 눈에 띄게 상승하면서 시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21일 오후 강원 강릉시 성산면 말구리제쉼터는 저수지 물이 차오르는 모습을 보기 위한 시민들로 붐볐습니다.
말구리제쉼터는 오봉저수지 상류와 가까워 저수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좁은 주차 공간 때문에 5∼6대 정도만 겨우 차량을 댈 수 있어, 일부 시민들은 주차 공간이 없어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날 저수지를 내려다보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안도와 기쁨이 번졌습니다.
한 주민은 "정말 물이 많이 차올랐다. 점점 가뭄이 끝나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또 다른 시민은 스마트폰으로 수위를 촬영하며 "지난주와 비교하면 확실히 수위가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전날은 비가 내리며 살수차들의 급수 지원 활동이 잠시 중단됐습니다.
이에 시민들은 오봉저수지 인근 길가에 차를 대고 저수지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날은 비가 그치면서 급수 지원 활동을 재개하면서 길가에 차를 세워둘 수 없어 이곳으로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어린아이와 함께 나온 한 가족은 저수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오랜만에 보는 풍경에 즐거워했습니다.
시민 추 모(64) 씨는 "몇 주 전만 해도 저수지가 거의 말라 생활용수 걱정이 컸는데, 이제는 안심이 된다"며 "물가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가뭄으로 지친 마음이 조금 풀린다"고 말했습니다.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지난 12일 역대 최저치인 11.5%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부터 내린 비로 지난 13일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이후 지난 일주일 동안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댐으로 유입되는 빗물이 꾸준히 늘었습니다.
9월 초에도 비가 내렸지만, 당시 가뭄이 심각했던 탓에 찔끔 내리는 비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불과 4∼5일 전에는 저수지의 마른 바닥과 수풀까지 보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수몰됐습니다.
현장을 찾은 한 지역 주민은 "가뭄이 이어지며 마음마저 바싹 말랐는데, 이렇게 저수지에 물이 차오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며 웃었습니다.
오봉저수지의 회복은 생활용수 공급 안정은 물론 시민들의 심리적 안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현장에서 확인한 오봉저수지 수위는 110m에도 못 미쳤지만, 이날은 113m까지 올랐습니다.
이날 오후 4시 20분 기준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54.6%로 전일 38.7%보다 15.9% 올랐습니다.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50%를 넘긴 것은 6월 중순 이후 석 달 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평년 72.7%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합니다.
이에 시는 수도계량기 75% 자율 잠금 유지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절수 참여 독려 등을 통해 가뭄을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날도 오봉저수지에서는 살수차들이 급수 지원을 위해 쉼 없이 돌아다녔습니다.
다만 저수조 용량 100t 이상 아파트 113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시간제 제한 급수는 지난 19일부터 전면 해제해 시민들의 숨통을 트이게 했습니다.
아직 가뭄이 완전히 해갈되지는 못했지만, 시민들은 사상 최악의 가뭄 사태를 겪으며 물 절약에 대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날 말구리제쉼터를 자녀와 함께 찾은 최 모(43) 씨는 "아이들에게 물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9월 초부터 2∼3일에 한 번은 오는 것 같다"며 "아이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물 절약의 필요성을 간절하게 깨달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