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사 조직을 대폭 확대하고 인력 충원에 나섭니다.
형식상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 대응을 위한 것이지만, 여권 주도의 '검찰청 폐지'가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형사사법 체계 재편 국면을 맞아 수사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21일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올해 하반기 전국 시도경찰청의 수사 부서에 433명을 충원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473명에서 180명이 늘어난 653명으로 대폭 몸집이 불어납니다.
광수단은 일선서의 역량을 뛰어넘는 크고 복잡한 사건이나 정치인·기업체·공직자 등의 부패 사건 등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검찰의 '특별수사부'에 비견됩니다.
특수부는 검찰이 범죄 첩보를 인지해 수사하는 부서로, 정·관계나 대기업 비리 등 이른바 '거악' 수사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문재인 정부 때 명칭 변경으로 현재는 반부패수사부로 운영됩니다.
서울청 광수단의 경우 증원되는 180명 중 약 100명 규모의 피싱사기수사대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나, 금융범죄수사대도 30명 늘어납니다.
금융범죄수사대는 현재 무소속 이춘석 의원(주식 차명거래 의혹), 방시혁 하이브 의장(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 등 파장이 큰 사건을 손에 쥐고 있는 곳입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도 피싱범죄수사계가 신설되고 중요경제범죄수사 인력이 늘어나며 70여 명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이 같은 조직·인력 확대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수사역량 강화 로드맵'의 일환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이나 리딩방 사기 등 다중 피해 범죄, 건설 현장 중대 재해 사건 등에 대응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몸집 키우기가 검찰청 폐지를 뼈대로 한 수사구조 개편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검찰청이 사라지고 중대 수사 기능을 잃으면서 생기는 대형·부패·권력형 수사의 공백을 신설 중대범죄수사청이 자리 잡기 전 자연스럽게 선점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당장 300만 명 가까운 피해자를 양산한 롯데카드 해킹 사건도 검찰이 아닌 경찰이 먼저 "인지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밝힌 상태입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권력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경찰 수사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구상하는 '국가수사위원회'를 통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검사가 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