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 깃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9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한 제재 종료를 유지하는 결의안을 부결했습니다.
이란과 서방 주요국의 정상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다음 주 미국 뉴욕에 모이는 가운데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별도의 극적인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한 이달 말 유엔의 대이란 제재가 자동으로 복원될 예정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종료를 유지하는 결의안에 대해 표결했으나 찬성 4표(중국·러시아·파키스탄·알제리), 반대 9표, 기권 2표로 결의안이 부결됐습니다.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에 서명한 당사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일명 E3)은 지난달 28일, 이란의 중대한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제재 자동 복원을 의미하는 '스냅백' 절차를 발동했습니다.
앞서 2015년 체결된 JCPOA에 서명한 당사국인 E3는 지난달 이란이 핵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절차를 가동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핵합의에 따라 서명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면 30일간 외교적 방법으로 분쟁 해결을 시도하고, 이 과정 뒤에도 해결이 되지 않고 '중대한 불이행'으로 판단하면 유엔 안보리에 회부합니다.
안보리 통보와 함께 스냅백 절차가 가동되는데 통보 뒤 30일 이내에 핵프로그램과 관련한 대이란 제재를 계속 유예하겠다는 결의가 채택되지 않으면 제재가 자동 복원(스냅백)됩니다.
이날 제출된 제재 종료 유지 결의안은 2015년 이란 핵 합의 관련 안보리 결의(2231호)에 규정된 스냅백 절차 조항에 따라 9월 안보리 의장국인 한국이 제출했습니다.
영국·프랑스·독일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의 핵 시설 접근을 허용하고, 고농축 우라늄 비축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면서 미국과의 협상 재개에 나설 경우를 기본조건으로 내걸고 이란이 이를 받아들이면 제재 재개를 6개월 연기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스냅백 절차 가동 이후 영국·프랑스·독일과 이란이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서방 주요국 대사들은 이날 안보리 결의 부결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합의를 통한 해결 여지가 아직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 대사는 이날 안보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마저 충족되지 않으면 신속한 외교적 해결에 대한 명확한 경로가 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견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 주와 그 이후에도 외교적으로 추가 접촉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대사 대리는 대이란 제재 복구가 그 이후 외교를 통한 제재 해제를 배제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7일 스냅백 과정 완료 이전이든 이후든 이란과의 의미 있고 직접적이며 시한이 정해진 대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준비를 재확인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유엔 안보리는 이란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28일부터 재개한다고 결정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사르 장관은 "이란 핵프로그램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핵무장한 이란은 가장 위험한 정권이 가장 위험한 무기를 보유하게 됨을 의미하며, 이는 세계의 안정과 안보를 심각하게 해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이날 안보리 결정 후 회의장 앞에서 약식 회견을 열고 "E3의 제재 복원 시도는 근거가 없고 부당하다"라며 "핵 합의를 파기한 것은 미국이었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은 E3였다"라고 규탄했습니다.
이라바니 대사는 그러면서도 "외교의 문은 닫혀있지 않다"면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다음 주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중 뉴욕을 방문해 서방국과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안보리 표결과 관련해 별도 성명을 내고 "이는 안보리의 신뢰성을 더 약화시키는 일로, 외교에 대한 타격으로 간주된다"고 반발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란은 그동안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서방의 의혹을 부인해왔습니다.
한편 이날 안보리 결의와 별개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 제재 종료를 6개월 연장하고 모든 당사국에 즉각적인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지난달 말 마련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결의안은 이날 표결에 부쳐지지 않았습니다.
푸총 주유엔 중국 대사는 이날 E3의 스냅백 절차 발동에 대해 "협상 조기 재개를 향한 외교적 노력에 해롭고, 예견할 수 없는 재앙적 결과를 가져오거나 수년간의 외교적 노력을 한 번에 무산시킬 수도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도 표결 종료 후 발언에서 "JCPOA에 내포된 논리는 이란에 대한 모든 제한을 점진적으로 해제한다는 것"이라며 이란 편을 들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