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미국 국기
미국 여행객들이 해외 여행지에서 가방이나 소지품에 '단풍잎 국기'를 달고 캐나다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재등장 이후 고조된 반미 정서를 회피하고, 우호적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 미국인들이 자기 국적을 속이는 '플래그 재킹'(flag jacking·깃발 속이기)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습니다.
CNN은 미국 뉴욕 출신의 33살 여성이 도미니카공화국 여행 중에 미국인 신분을 드러냈다가 여러 번 봉변을 당하고는 여행지에서 캐나다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여성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인 신분을 밝히자 택시기사가 승차를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미시간주 출신의 한 여성도 친구들과 유럽을 여행하던 중에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조롱을 당한 끝에 결국 캐나다인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길을 택했다고 CNN에 밝혔습니다.
미국인들이 플래그 재킹을 해외여행의 '꿀팁'이나 가벼운 농담처럼 취급하고 있지만, 캐나다인의 시각은 전혀 다릅니다.
미국은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계속하고 있고, 심지어 이 나라를 51번째 주로 강제 합병하겠다고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를 집요하게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캐나다를 공격해놓고, 그런 외교정책으로 거세진 반미 정서를 회피하려고 캐나다 국기를 갖다 쓰느냐는 반발 정서가 매우 크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미국인들이 단풍잎 국기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캐나다에서는 문화적 강탈·도용이자 국기에 대한 조롱이며, 캐나다의 선의를 해치고 해외에서 캐나다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CNN은 덧붙였다.
캐나다 문화평론가 토드 매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쇼츠 동영상에서 "무슨 이유에선지 미국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예비 여권인 줄 안다"며 플래그 재킹에 대해 "탱크에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를 붙이는 것과 같다"고 조롱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