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화면
36주 차 태아를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시킨 뒤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병원장과 의사가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오늘(18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병원장 윤 모 씨, 수술을 집도한 60대 대학병원 의사 심 모 씨, 20대 산모 권 모 씨 등의 첫 공판을 열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와 심 씨는 지난해 6월 임신 34∼36주 차인 권 씨에 대해 제왕절개 수술을 해 태아를 출산하게 한 뒤,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태아를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윤 씨는 권 씨 진료기록부에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적는 등 사산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기재하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혐의 등도 있습니다.
병원의 주요 시설에 대한 관할 구청의 변경 허가를 받지 않은 혐의, 브로커들에게 총 527명의 환자를 소개받고 14억 6천만 원을 챙긴 혐의 등도 적용됐습니다.
윤 씨와 심 씨는 수사 과정에서는 살인과 허위진단서 작성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들만 인정했지만, 오늘 재판에서 이들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씨에게 900만 원을 건네고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은 권 씨 측 변호인은 "임신 약 34∼36주 차인 태아를 낙태 목적으로 시술 의뢰하고 그 결과 태아가 사망한 것은 맞지만 살인을 공모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수술 의뢰와 태아의 사망 등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지만, 주관적인 고의 부분을 다투겠다는 취지입니다.
권 씨 변호인은 의견서에서 윤 씨와 심 씨로부터 수술이 제왕절개로 진행된다는 것 외에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안내받은 게 없다고 적기도 했는데, 재판부는 "수술 방법 등 고지가 없었다면 윤 씨와 심 씨의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윤 씨 등에 해당 주장을 검토해 보라고 주문했습니다.
윤 씨 병원에 임신중절 환자들을 소개해주고 총 3억 1천200만 원을 챙긴 브로커 2명은 기소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지만, 고주차 산모를 유인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단순 전화 업무 등만 했다는 점 등을 양형 사유로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13일 오후 2시 두 번째 공판을 열고 권 씨에 대한 검찰의 피고인 신문과 윤 씨·심 씨 측이 신청한 양형증인에 대한 신문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기일에 재판을 마치려고 한다"며 "구속 피고인들이 있으니 재판이 지연되지 않게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권 씨가 유튜브에 올린 낙태 관련 영상을 두고 살인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자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경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7월 윤 씨와 심 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고, 권 씨와 브로커들은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2019년 형법상 의사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후 입법시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재 의사 낙태 관련 처벌규정은 입법 공백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