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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도 여름 고온에 지친다…이제 가을에 더 극성

모기도 여름 고온에 지친다…이제 가을에 더 극성
계절상 가을이 시작된 9월이지만 여름보다 더 모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모기는 처서(올해는 8월 23일)가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면 활동이 뜸해진다는 게 그동안의 상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가을 모기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늦가을까지 극성인 모기를 다룬 언론 보도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작년 모기 채집 통계를 보면 여름철보다 가을철에 모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1월 둘째 주까지 유문등(모기를 유인하는 등)에 채집된 모기 개체수는 모두 1만 6천997마리였습니다.

연구원은 매년 4∼11월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유문등 53개에서 주 1회 채집된 모기를 분석해 종별 발생 양상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채집된 모기 가운데 주거지에서 자주 접하는 모기인 빨간집모기가 전체의 86.9%로 우점종(가장 많은 종류)을 차지했습니다.

숲이나 공원에 주로 서식하는 한국숲모기,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얼룩날개모기속,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등을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60마리(0.4%) 채집되기도 했습니다.

주별로는 6월 넷째 주(798마리)와 7월 첫째 주(801마리)에 단기 고점에 오른 뒤 오르락내리락하다가 9월 첫째 주부터 다시 반등해 10월 다섯째 주에 1천265마리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1월 둘째 주에 채집된 모기가 1천87마리로, 8월 주 평균(429마리)의 2배가 넘어 지난해 모기가 늦게까지 기승을 부렸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별로 보면 모기의 가을 강세가 두드러졌습니다.

10월에 채집된 모기가 5천87마리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7월 2천511마리의 2.5배 수준이었습니다.

10월을 포함해 가을철(9∼11월)에 잡힌 모기가 9천234마리로, 여름철(6∼8월) 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전체의 54.3%에 달했습니다.

가을철에 포함된 11월은 4주가 아닌 2주만 계산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모기 '극성기'가 가을이었다는 점이 뚜렷합니다.

이런 추세는 2020년부터 시작됐습니다.

2015∼2024년 서울시 유문등 채집 모기 수 추이를 보면 모기가 가장 많이 채집된 주(이하 피크주)가 2015∼2019년 기간 중 2017년(9월 첫 주)을 제외하고 모두 7월이었습니다.

예컨대 2015년은 7월 셋째 주, 2016년은 7월 둘째 주, 2018년과 2019년은 7월 넷째 주가 피크주였습니다.

특히 2015년과 2016년엔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채집된 주도 7월이었습니다.

즉, 두 해는 한여름인 7월이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2021년(6월 넷째 주)을 제외하고 피크주가 모두 10월이나 11월에 있었습니다.

2022년엔 피크주가 11월 첫째 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늦은 시기였습니다.

월별로 보면 극성기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2015∼2019년엔 모기가 가장 많이 채집된 달(피크월)이 2017년(9월 첫 주)을 제외하고는 7월 또는 8월이었지만, 2020∼2024년은 9월 또는 10월이었습니다.

'모기'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빨간집모기만 놓고 보면 이런 추세는 더 두드러집니다.

빨간집모기의 피크월은 2015년과 2016년은 7월, 2017년 9월, 2018년 10월, 2019년 7월로 여름과 가을을 오갔지만 2020년부터 5년간은 모두 10월을 기록했습니다.

2015년과 2016년 가을철에 채집된 빨간집모기 수는 여름철 모기 수의 절반가량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부터는 여름철 모기 수를 넘어서 지난해에는 여름철의 1.6배로 불어났습니다.

채집된 전체 빨간집모기 수에서 가을철 모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0.3%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며 2022년부터는 50%를 웃돌고 있습니다.

모기 주 활동기의 이동은 기후변화와 연관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내 모기 권위자인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에 따르면 모기는 변온동물이라 기온에 따라 활동 양상이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9도 이상일 때 날기 시작하고, 13도 이상부터 흡혈 활동을 합니다.

모기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온은 26∼27도입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는 암컷으로, 산란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서 흡혈합니다.

성충 기준으로 암컷 모기의 수명은 통상 3주가량인데, 기온이 30도 이상이면 수명이 2주로 줄어들고 33∼36도가 되면 1주로 더 줄어듭니다.

변온동물이기에 기온이 오를수록 대사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그만큼 노화가 가속하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처럼 여름철 폭염이 심하면 모기들이 빨리 죽어 개체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온이 오르면 모기들이 '열 스트레스'를 받아 오히려 활동이 저하되기도 합니다.

'환경 온도가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해외 논문(2018)에 따르면 이집트숲모기는 15∼32도에서 지속 가능한 비행을 할 수 있으나 35도가 넘어가면 짧은 시간 동안만 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36도 이상이면 흡혈 활동이 줄어들거나 중단됩니다.

이는 모기가 주변 환경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탓에 특정 온도 이상이 되면 열 스트레스로 생리적 한계에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이동규 석좌교수는 "온도가 너무 오르면 모기들이 활동을 자제하게 된다"며 "모기들이 비행할 때 체온이 더 상승하므로 기온이 높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한반도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모기들이 활동하기 적합한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여름철 폭염과 폭우도 모기의 산란과 유충 발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폭염으로 모기의 산란처인 물웅덩이가 사라지고, 기습 폭우로 알과 유충이 휩쓸려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일일 강수량이 75㎜ 이상일 때와 15일 동안 총강수량이 150㎜ 이상일 때 모기 알과 유충의 유실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도 가을에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시내 유문등에 채집된 모기 수가 올해 8월 셋째 주 337마리, 넷째 주 369마리였던 것이 9월 첫째 주에는 433마리로 늘었습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모기에 여름철에 많이 나오지 않았다가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늘어나는 추세"라며 "올해도 작년처럼 가을에 모기가 많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을 모기가 산란을 위한 에너지가 절실해 더 적극적으로 흡혈 활동을 하기에 가을 모기에게 물렸을 때 더 간지럽다는 '속설'이 있으나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이동규 석좌교수는 "사람들이 가을에 야외활동을 더 많이 하면서 모기에 더 물리게 돼 가을 모기가 더 독한 것처럼 체감하는 것"이라며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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