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임을 내세우는 버튜버의 실제 스트리밍 방송 모습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은 지난 8일 초등학생 '버튜버'(버추얼 유튜버) A 양의 채널을 영구 정지했습니다.
2013년생, 만 12세임에도 보호자 명의로 계정을 개설해 '만 14세 미만은 가입할 수 없다'는 약관을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A 양은 상반신이 일부 드러나는 의상에 상기된 얼굴을 한 아바타 캐릭터를 화면에 띄우고 "숙제를 도와달라"는 방송을 진행해왔습니다.
치지직에서 퇴출당한 이후 유튜브로 활동 무대를 옮겼는데 "젊고 탱탱하다", "어른보다 낫다"는 등 노골적 댓글이 달리는 상황입니다.
버튜버란 실제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가상의 3D 모델이나 그래픽 아바타를 내세워 활동하는 인터넷 방송인입니다.
신분 노출을 피할 수 있고 수익 창출도 가능해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버튜버 하는 방법'이 SNS 등에 공유하며 초등학생들이 직접 방송을 개설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치지직, 유튜브, 틱톡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14년생 버튜버', '초딩 버튜버' 등의 계정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A 양 사례처럼 미성년 버튜버가 성희롱 등 범죄적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버튜버가 사용하는 아바타는 성인 같은 자극적 외형과 과장된 표정을 구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쉽게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것입니다.
아예 아바타를 내세워 춤과 노래를 하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들의 경우 성희롱, 명예훼손, 모욕 등에 기획사를 통한 형사 고소까지 여러 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는 아바타를 매개로 한 성희롱이나 성적 대상화에는 처벌이나 규제를 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은 법적 보호 대상을 '실제 인격체'인 사람으로 한정해 아바타는 사각지대입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 사람과 캐릭터 활동의 구별이 힘들어지고 있지만, 아바타의 법인격은 아직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성년 버튜버의 등장 등 변화하는 사회상에 대응한 새로운 법·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우선) 아이들이 성인 아바타를 사지 못하도록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버튜버를 이용해 수익을 거두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스스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게 먼저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TV보다 개인 방송을 더 보는데 아무런 심의 장치도 없다"며 "플랫폼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진=웹사이트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