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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출동한 해경 생존 사투 중인데 자는 동료들 깨우지 않았다

혼자 출동한 해경 생존 사투 중인데 자는 동료들 깨우지 않았다
▲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서 구하려다가 숨진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가 바다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도 파출소 당직 팀장은 당시 휴게 중이던 동료 직원들을 깨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제(15일) 해경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2시 7분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이 경사는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드론 순찰 업체의 신고를 받고 4분 만에 현장에 혼자서 출동했습니다.

그는 이어 2시 16분에 현장 상황을 알리는 첫 무전을 하고 26분 뒤 추가 인원 투입이 필요하냐는 당직 팀장의 질문에 "물이 차올라서 조금 필요할 거 같긴 한데 일단 제가 한번 들어가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어 2시 54분 만난 중국 국적 70대 고립자 A 씨에게 자기 구명조끼를 벗어서 건네주고 함께 걸어 나가려고 했으나 강한 물살이 턱밑까지 차오르자 A 씨의 손을 놓치고 멀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경사가 구명조끼도 없이 홀로 깜깜한 바다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당시 휴게시간이었던 파출소의 동료 직원 4명은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습니다.

이들은 이날 동구 장례식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으로 팀장은 깨운 적이 없었고 오전 3시에 휴게시간을 마치고 복귀한 뒤에야 '경찰관이 위험해 보인다'는 드론 순찰 업체의 연락을 받았다"며 "'무슨 일이냐'고 물은 뒤에야 당직 팀장은 '안전 우려자를 데리러 갔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파출소 근무자는 6명이었고 이 경사와 당직 팀장을 제외한 4명은 10일 오후 9시부터 사고 당일 오전 3시까지 휴게 중이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상황을 팀원으로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데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너무 한탄스럽고 원망스럽다"며 "당시 (당직 팀장은) 재난망 무전을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 동료 직원은 "저는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구조 전문요원인데 당시 파출소에 1명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명령에 따르지 않고 출동했다"며 "동료가 바다에 빠져 수영하고 있다는 건 패닉 상태라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대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파출소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가 와서 함구하라는 강압이 있었는데 사실을 밝힌다고 해도 이 경사를 흠집 내는 것은 없다"며 "인천해경서장과 파출소장 본인들이 흠집이 나기 싫었던 건 아닌가 되묻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경사는 당일 해경의 늑장 대응 속 결국 바다에서 실종됐다가 오전 9시 41분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습니다.

해양경찰청 훈령인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에는 "순찰차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명 이상 탑승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당시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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