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국난 극복 의지 담은 고려 오백나한도·휴대용 해시계, 보물 된다

고려 오백나한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연합뉴스)
▲ 고려 오백나한도

약 800년 전 부처의 힘을 빌려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마음이 담긴 고려시대 회화가 보물이 됩니다.

국가유산청은 '고려 오백나한도', '휴대용 앙부일구' 등 총 4건의 문화유산을 보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오백나한도는 13세기 몽고가 고려를 침입했을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백나한도 500폭 중 한 폭입니다.

나한(羅漢)은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은 수행자를 뜻합니다.

신통력을 지닌 나한은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이 복을 누리도록 돕는 존재로 여겨졌는데, 당시 국난을 극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린 것으로 여겨집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6폭의 그림이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림은 오백나한 가운데 원상주존자(圓上周尊者)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존자가 바위에 걸터앉아 용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세밀한 필선과 먹의 짙고 옅음을 잘 살려서 표현했습니다.

화면 상단에 그림 제목이 있어 존명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단에 그림 제작과 관련한 기록이 남아 있어 1235년 '김희인'이라는 사람이 발원하고, '이혁첨'이라는 사람이 시주해 만들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고려 불화의 특징인 품격 높은 예술성과 신비로운 종교적 감성을 담은 작품"이라며 "조성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휴대용 앙부일구' 윗면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연합뉴스)

'휴대용 앙부일구'는 과학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뜻으로, 1434년 장영실(생몰연도 미상) 등이 왕명에 따라 처음 만든 것으로 전합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표면을 반구형으로 오목하게 파고 그 중심에 뾰족한 바늘을 세웠고, 그 옆에 나침반을 붙인 형태입니다.

햇빛을 받으면 영침의 그림자가 이동하고, 그림자가 위치한 선을 보고 시간을 측정하도록 제작됐습니다.

제작 기법이 섬세하고 우수해 공예사적으로도 가치가 큽니다.

국가유산청은 "밑면에 '융희 2년' 즉, 1908년에 강문수가 제작했다는 내용을 새겨 놓았는데, 해시계를 제작한 진주강 씨 가문이 가장 근대에 제작한 해시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름난 문장가의 시집, 조선시대 불상도 각각 보물에 오를 예정입니다.

고려 말 문신이자 문장가인 한수(1333∼1384)의 시집인 '유항선생시집'은 한수의 생애, 사상, 학문과 인품까지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꼽힙니다.

조선 전기에 중추원사, 대사헌 등을 역임한 문신 권근(1352∼1409)이 서문을 썼고, 이색(1328∼1396)이 지은 묘지명(墓誌銘) 등이 함께 실려있습니다.

묘지명은 죽은 사람의 이름, 가족, 행적 등을 새겨 무덤 속에 묻어두는 것을 뜻합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1400년 처음 간행된 목판본으로 동일 판본의 초간본은 국내외에 총 3책만 전한다"며 "온전한 구성을 갖추고 있어 내용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16세기 중엽 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은 나무로 윤곽까지 만든 뒤, 소량의 흙으로 세부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점이 특징입니다.

현존하는 수량이 극히 적은 16세기 불상으로 불교 조각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됩니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려 오백나한도' 등의 보물 지정을 확정할 방침입니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