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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꼬꼬무' 서울시 재개발 철거 참상 추적···적준이 저지른 '범죄 백과사전' 같은 범죄 기록

[스브스夜] '꼬꼬무' 서울시 재개발 철거 참상 추적···적준이 저지른 '범죄 백과사전' 같은 범죄 기록
1990년대 서울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11일 방송된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사라진 나의 집, 그리고 적준'이라는 부제로 1990년대 서울 곳곳에서 일어난 재개발 철거 참상을 추적했다.

1990년대 서울의 소시민들이 살던 용산구 곳곳에서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집에 불이 나기도 하고 폭격을 맞은 전쟁터처럼 집이 무너지기도 했던 것.

이는 모두 재개발을 위해 철거 용역들이 주민들의 집을 철거하기 위해 벌인 일들이었다.

서울 곳곳에서 일제히 시작된 철거로 전세 수요가 올라가며 전셋값이 폭등하자 갈 곳 없던 주민들은 집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었고 이들은 강제 철거로 하루아침에 집을 잃었다.

터를 옮길 때까지 시간을 달라, 잠시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간곡한 요청에도 철거 용역들은 쇠 파이프와 연장을 들고 불을 내고 집을 강제로 허물며 주민들을 쫓아낸 것.

용역 깡패들은 매일같이 철거민들을 압박하며 괴롭혔다. 수백 명이 밤에 옷도 안 입고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욕설과 폭력은 기본에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폭행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철거 현장에 상주하며 밤낮으로 주민들을 괴롭힌 이 철거 용역은 인력 시장에서 동원하거나 조폭 출신의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여러 철거 업체들 중 가장 유명한 철거 업체, 누구보다 잔인했던 적준 용역이 있었다.

적준이 철거 현장에서 벌인 일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이를 계단 아래로 던져 버리고 임산부를 폭행하고, 여성들에게 강제로 똥물을 먹이기도 하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자비한 폭력을 가했다.

그리고 여성 철거민을 상대로 입에 담지도 못할 정도의 성폭력을 자행했다. 모든 걸 깨끗이 치우는 것이 목적이었던 이들은 그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

비참한 마음의 철거민들은 어떻게든 집을 지키고자 했지만 끝내 집이 철거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갈 곳이 없었던 철거민들은 하늘 위의 집, 망루를 만들어 철거 용역에 대항했다.

그러나 철거 용역은 망루에 방화를 했다. 페타이어를 쌓아놓고 불을 피워 연기가 올라가면 철거민들이 질식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그대로 실행했다. 이는 과거 너구리 수렵 방식을 그대로 사용했던 것.

그러나 화염과 유독가스로 봉쇄된 입구에 철거민들은 높이 18미터에서 하나 둘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사망하거나 큰 부상을 입은 철거민들이 대부분.

도원동에서는 골리앗이라 불리는 망루를 만들었다. 툭 치면 무너질 듯한 골리앗을 무너뜨리기 위해 철거 용역들은 매일같이 물대포를 쏘았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악랄해진 용역은 골리앗 주변에 펜스를 치며 주민들을 고립시켰다.

또한 펜스 안에서 어떤 범죄든 가리지 않고 자행했다. 이를 보다 못한 인근 주민들은 골리앗에 갇힌 사람들을 돕기 위해 펜스를 넘었다. 그리고 펜스를 넘다 붙잡힌 인근 주민은 폭행을 당하고 화염방사기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특히 화염방사기 공격을 받은 인근 주민은 온몸에 전신 화상을 입었다.

이에 인근 주민들도 골리앗에 함께 갇혀 버리고 말았다. 골리앗에 갇힌 주민들의 자녀들은 돌봐줄 사람이 없어 이웃집에 머물며 서로에게 의지했다.

얼마 후 철거 용역은 크레인으로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골리앗에 가까이 갔다. 그리고 컨테이너에서 쏟아져 나온 연장을 든 용역들이 주민들을 사냥하듯 쫓아냈다. 결국 그렇게 골리앗 마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철거 용역들이 상상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공권력은 그저 눈을 감았다. 1983년 이후 도입된 합동 재개발로 민간이 주체가 된 재개발 사업. 이에 공권력은 모든 것은 민간에서 일어난 일이니 민간에서 알아서 하라며 나 몰라라 했던 것이다.

나라가 지켜주지 않는 철거민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도운 것은 김수환 추기경과 시민 단체들이었다.

그리고 1998년 11월, 구 적준, 현 다원 건설의 철거 범죄 보고서가 작성되어 세상에 이들의 범죄를 알렸다.

범죄 백과사전 같았던 범죄 보고서에서는 폭행, 성폭력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범죄가 망라되어 있었다.

철거민에게 휘두른 폭력과 인권 유린을 통해 국내 주요 철거 업체로 급부상한 적준. 93년 이후 4년간 적준이 서울에서 수주한 돈은 570억 원 이상, 현재 금액으로는 2천억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이후 적준은 시행 시공 철거 폐기물처리까지 하는 거대 기업이 되었다. 확인된 계열사만 13개.

철거민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그 순간 적준은 배를 불려 가고 있었던 것. 그리고 범죄 보고서가 작성되었음에도 처벌을 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신 그저 살게 해달라고 울부짖기만 했던 철거민들이 처벌을 받고 수배자가 되기도 했다.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철거민들. 그리고 당시 상황을 사진으로 담아 세상에 알렸던 임종진 기자는 이제 사진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전문 사진 심리 상담가가 되었다.

제작진은 방송 전 다원 측의 입장을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응답. 구 적준, 다원은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서 덕분에 철거촌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게 된 우리들. 우리는 다시는 이런 범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감추인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라는 성경의 한 구절처럼 어떤 범죄도 영원히 숨길 수는 없다.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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