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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트럼프서명 엡스타인 외설편지' 공개…백악관, 부인

미 의회, '트럼프서명 엡스타인 외설편지' 공개…백악관, 부인
▲ 2013년 7월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법집행부가 발표한 성범죄자 명단에 포함된 제프리 엡스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3년 미성년자 성착취범인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에 보낸 '외설적 그림'의 축하 편지가 8일(현지시간) 공개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은 그림을 잘 그리지 않는다면서 해당 편지의 존재를 부정해 온 만큼,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입니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이날 엡스타인 유산 공동집행인 변호사들이 제공했다면서 엡스타인의 '생일책'에 실린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편지는 여성 나체의 윤곽선을 그리고 그 위에 '제프리'와 '도널드'가 대화하는 식으로 짤막한 문장을 적은 뒤 "생일 축하해, 그리고 하루하루가 또 다른 멋진 비밀이 되길"이라고 끝맺었습니다.

그 아래에 편지를 보낸 이(도널드 J. 트럼프)의 이름이 있고, 'Donald'라고 서명돼 있습니다.

서명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필체와 흡사합니다.

이 서명은 여성의 음모를 흉내 낸 것으로 보인다고 편지의 존재를 처음 보도했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습니다.

정황상 생일축하 메시지를 타자로 작성해 인쇄한 뒤,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서명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날 공개된 생일 축하 편지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이번 사건에 대해 밝혀온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해당 편지를 쓰지 않았다면서, 허위 보도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WSJ 등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편지에 여성의 나체가 묘사돼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특히 여성 그림은 안 그린다"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엡스타인의 수사 기록 등이 담긴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하며, 팸 본디 법무장관이 이를 알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WSJ 보도에 대해 백악관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번 편지 공개가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거론됐다는 보도나,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에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됐다는 의혹을 직접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의회의 거듭된 요구에 법무부는 최근 엡스타인 파일의 일부를 공개했으나, 대부분 기존에 알려진 내용들이 담겨 있어 실체적 진실 규명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엡스타인의 공범으로 수감 중인 옛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은 생일책(생일 축하 편지 등을 묶어 펴낸 것) 작업을 할 때 봤던 이름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법무부에 진술한 바 있습니다.

WSJ은 이 생일책에 트럼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20명의 이름이 '친구들'이라는 항목으로 들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관련 의혹의 메모에 서명하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P 통신이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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