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매신저 앱 '맥스'
러시아 정부가 사용자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있는 메신저 앱 사용을 국민에게 강제하면서 새로운 국민 통제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8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러시아가 서방 메신저 앱에 대항해 국가 주도로 개발한 메신저 앱 '맥스' 사용자는 올해 6월 100만 명에서 9월 3천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아직 러시아 내 가입자 수는 서방 메신저인 왓츠앱(9천600만 명)이나 텔레그램(9천만 명)에 한참 못 미치지만 국가라는 강력한 후원자를 등에 업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이 앱 개발을 인가하는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과 푸틴 최측근인 억만장자 유리 코발추크가 사실상 지배하는 러시아 IT 기업 VK가 개발을 맡았습니다.
맥스는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 내용을 볼 수 있는 암호화 방식인 종단 간 암호화(E2EE)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또 채팅 기록, 연락처, 사진, 위치 정보 등 개인 정보를 당국이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 때문에 중국 메신저 앱 위챗과 비교됩니다.
맥스에 가입하려면 러시아나 벨라루스 전화번호가 필요합니다.
번호를 발급받으려면 정부 신분증이 필요한데, 이는 수집된 모든 데이터가 추적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하일 클리마레프 러시아 인터넷 보호 협회 대표는 "앱 제작자들이 사실상 모든 것을 당국에 넘기겠다고 말하는 셈"이라며 "맥스에서 하는 모든 활동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그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민에게 맥스 사용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달부터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모든 새 휴대전화에는 맥스가 의무적으로 사전 설치됩니다.
특히 러시아 공무원, 은행 직원, 병원 직원들은 사용하는 메신저를 맥스로 바꾸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러시아 독립 언론 메두자는 전했습니다.
동시에 러시아 정부와 지방 당국, 소셜미디어 캠페인 등을 통해 맥스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홍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앱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맥스가 중국 위챗처럼 향후 정부, 은행, 상업 서비스를 통합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예정이라고 당국은 홍보합니다.
맥스는 푸틴 대통령이 인터넷을 장악하려는 시도의 최신 사례라고 폴리티코는 설명했습니다.
2019년 푸틴 대통령은 외부 영향에서 독립된 '주권 인터넷' 구축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크렘린궁이 온라인 반전 활동 탄압에 나섰으며 웹사이트 수천 개가 차단됐습니다.
올해 여름 러시아 당국은 옥중에서 숨진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반부패 재단, 성소수자(LGBT) 활동 등 이른바 '극단주의' 콘텐츠 검색 자체를 불법화했습니다.
인터넷 권리 단체 RKS 글로벌의 사르키스 다르비냔 공동창립자는 맥스를 두고 "'주머니 속 스파이'와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맥스는 러시아판 '만리방화벽'을 완성하는 마지막 벽돌"이라며 "공공 플랫폼에서의 행동뿐 아니라 시민들의 사적 소통까지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