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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사회 배신감…" 미 언론도 한국 공장 대대적 단속 주목

"한인 사회 배신감…" 미 언론도 한국 공장 대대적 단속 주목
▲ 조지아 현대-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 남겨진 중장비들

현지시간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한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현지 교민사회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미 언론도 관련 상황을 주시하며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7일 온라인판 첫 화면에 '현대차에 대한 급습이 조지아의 성장 중심지를 흔든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당국의 "갑작스러운 단속과 그에 따른 파장은 자동차 업계와 한국에 큰 충격을 줬다"며 급습 현장 인근의 한인 밀집 지역인 풀러의 "충격은 더욱 두드러졌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일부 사람들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한 뒤 이뤄진 이번 급습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풀러에서 목회자로 활동하는 김홍성 씨는 인터뷰에서 한국 이민자들은 자신의 문화와 출신, 미국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근로자로서 자신들이 미국인들에게 환영받는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인식을 깨뜨리고 갑자기 두려움과 분노를 느끼도록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씨는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미국에서의 미래를 걱정하고 누구의 탓을 해야 할지 논쟁하며 주말을 보냈다며 "이곳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교민들이 모인 그룹 채팅방에는 "우리는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사업을 일구고,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지지받기는커녕 밖으로 밀려나는 느낌"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현대차 공장의 엔지니어로 일하기 위해 2년 전 미국에 온 손우영 씨는 현지에 한국인 노동자들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비자 발급 등을 쉽게 해주지 않는다며 "우리는 강력한 한미 관계를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조지아 주민 일부는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배관공·용접공·에어컨 기술자 등을 대표하는 지역 노조의 관리자인 배리 자이글러는 몇 달 전 노조원 65명이 배터리 공장에서 해고된 뒤 분노를 느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습니다.

자이글러 씨는 "우리는 사망자·부상자 없이 훌륭하게 일을 해냈는데 불법 노동자들이 우리를 대체했다"며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단속의 '제보자'임을 주장하는 조지아주 기반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현대차 공장이 조지아 경제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으며 숙련된 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값싼 불법체류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지미 최는 "매일 열심히 일하고 제시간에 모든 일을 끝내는 것이 한국의 문화이자 사고방식"이라며 "이는 미국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상황이 복잡하다며 "양쪽 다 이해가 되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구금된 한국인 석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대미 교섭 상황을 보도하며 "이번 급습은 새로운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온 미국의 주요 동맹국 한국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현대, 삼성, LG와 같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장려해 왔다"며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비자 배정을 대폭 엄격하게 해 그들이 공장 건설을 위해 숙련된 노동자를 데려오는 것을 더 어렵고 비싸게 만들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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