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관람객들이 우산을 쓰고 경기를 보고 있다.
"세계선수권 대회치고는 양궁장이 조촐하기 그지없네요. 비 예보도 잇따르는데 우중 관람하라는 건가요."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이 열린 오늘(8일)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
생동감 있는 관람을 위해 이곳에 설치된 임시 양궁장에서는 굳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하자 관람객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양궁장 중앙을 기준으로 정면에 100석 규모로 설치된 VIP 관람석과는 다르게 900석 규모 일반 관람석에는 비를 막아줄 천막이 설치되지 않아 관람객들은 비를 맞으며 대회를 봐야 했습니다.
양궁장 초입에서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가 우비를 무료로 나눠줬지만, 거세지는 빗발에 삽시간에 젖은 우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온 외국인 관람객과 일부 선수는 흥건하게 젖은 관중석에 앉아 대화를 지켜봤고,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일부 관람객은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양궁장에는 선수와 과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대형 전광판 2개가 마련됐는데, 관람석 중앙에 설치된 출입구와 이를 둘러싼 철제 구조물로 전광판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고개를 빼꼼 내밀며 철제 구조물 사이로 전광판을 바라보던 한 관람객은 "안 보인다"고 혼잣말하며 전광판이 비교적 잘 보이는 관람석을 찾아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양궁장에 대한 관람객들의 불만은 양궁장 밖에서도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5·18 민주광장 한가운데에 일직선으로 설치된 탓에 C 구역의 관람객은 한데 모여 있는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수십 m를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마저도 2개밖에 설치되지 않아 용변을 보기 위해 전일빌딩 245 안 공중화장실로 이동하는 관람객도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주차 공간도 턱없이 부족해 조직위가 5·18 민주광장 인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지하 주차장으로 안내했지만, 만차이거나 주차 후 먼 거리를 걸어와야 하는 불편을 관람객들은 겪어야 했습니다.
양궁이 취미라는 박 모(38) 씨는 "VIP들만 양궁대회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미 대회가 시작해 어쩔 수 없다만 세계대회라고 하기에는 관람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관람객을 푸대접하는 것도 아니고 아쉬움만 남는 선수권대회"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편히 TV로 보는 게 낫겠다"고 전했습니다.
2009년 울산에 이어 16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세계 76개국 양궁 대표단 731명이 참석해 오는 12일까지 8일 동안 열립니다.
광주 국제양궁장에서는 오는 11일까지 개인 예선·본선, 단체·혼성단체 본선이 열리고, 임시경기장이 설치된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는 개인·단체 결승전이 개최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