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손과 다리에 체인 묶는 단속요원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은 갑작스러운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이번 단속으로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300여 명이 한국인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7일 영국 BBC에 따르면 현장에 있었던 한 한국인 직원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전화기가 동시에 울리며 작업 중단 메시지가 내려졌다"며 "그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합법적인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었지만, 체포된 동료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동료들은 사무실에 휴대전화를 두고 끌려가면서 가족들과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그는 "전화는 계속 울렸지만 잠겨 있던 사무실 안에 두고 떠나야 했기 때문에 받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그는 이번 이민 단속이 "충격적이지만 놀랍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불법 취업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상황에서 이번 단속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는 "그들의 슬로건은 '미국 우선주의'이고,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비자 발급 과정 때문에 기업들이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편법으로 인력을 데려오는 경우가 있다며 기업들이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 일이 건설 시설과 생산 라인 기계를 다루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이 작업을 할 다른 회사를 찾기 어렵고, 바로 그 이유로 한국에서 전문가들을 데려왔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단속을 계기로 기업들이 이제는 이 방식이 위험하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번 일이 있고 난 뒤 많은 기업이 미국 투자를 다시 생각할 것"이라며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이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배터리 공장이 들어선 이후 조지아주 한인 사회는 활기를 띠었지만, 이번 사태로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서배나 한인회장 조다혜(루비 굴드) 씨는 "합법적으로 일하거나 시민권을 가진 한인들조차 불안해하고 있다"며 "지역사회 전체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모순적인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대기업들에 투자를 장려하면서도 숙련된 인력 파견에 필요한 비자 발급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 선임고문은 NYT에 "이번 단속이 태평양 전역에 큰 충격을 줬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어젯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친구가 '(트럼프) 정부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아시안계) 돈은 원하지만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라고 했다"며 이번 단속이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투자·사업 의지에) 냉각 효과를 일으켰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