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톰 행크스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동문회가 배우 톰 행크스에게 수여하기로 한 공로상을 돌연 취소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웨스트포인트 동문회장 마크 비거가 교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세이어 상' 시상식 취소를 통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세이어 상은 웨스트포인트 발전에 기여한 실베이너스 세이어 대령을 기려 제정된 상으로, '의무·명예·국가'라는 교훈에 모범이 된 인물에게 수여됩니다.
행크스는 웨스트포인트 출신은 아니지만, 워싱턴 DC 2차 세계대전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참전용사 보호에 힘쓴 점이 인정돼 지난 6월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시상식은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었으며,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포레스트 검프' 등을 통해 미군에 대한 인식 제고에 기여했다는 점도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비거 회장은 웨스트포인트가 생도 육성이라는 핵심 사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시상식을 취소했습니다.
다만 이메일에는 행크스의 수상 자격 자체가 취소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전달될지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WP는 이번 결정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논란과 무관치 않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하는 등 보수 행보를 강화했으며, 웨스트포인트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웨스트포인트에 남부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초상화를 다시 내거는 등 노예제 옹호 세력의 잔재를 복원하기도 했습니다.
행크스의 정치적 성향이 시상식 취소 과정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그는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유훈장을 받았고, 2020년 대선 때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모금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또 NBC의 TV쇼 'SNL'에서 두 차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풍자했습니다.
제이슨 뎀프시 신미국안보센터 연구원은 "행크스의 수상과 관련해 동문이나 생도들의 반발은 전혀 없었고 대다수가 지지했다"며 동문회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행크스는 군에 유익하지만 현재의 당파적 우선순위에는 맞지 않는 인물"이라며 "동문회가 정치적 환경 속에서 일부 지도층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