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지원단체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현재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민사소송은 모두 67건입니다.
이 가운데 대법원이 원고 승소로 확정한 사건은 12건에 불과합니다.
항소 취하 1건을 제외하면 1심 19건, 항소심 28건, 상고심 7건이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2018년 대법원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피해자 4명에게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을 시작으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배상 절차는 지금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현재 양금덕 할머니의 미쓰비시중공업 상표권과, 고(故) 이춘식 할아버지의 일본제철 PNR 주식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도 답보 상태입니다.
특히 외교부가 2022년 양 할머니 사건 재판부에 "외교적 노력을 고려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법원이 제때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심리가 2년 넘게 지연됐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민간 기여금으로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추진했습니다.
양 할머니와 이 할아버지는 일본의 직접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했지만, 건강 악화와 고령으로 결국 수용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별세 3개월 전 제3자 변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아직 1심과 항소, 상고심을 이어가는 피해자들도 많지만, 일본 기업 송달 문제와 건강 악화로 재판이 지연되면서 의지를 잃고 있습니다.
이국언 시민모임 이사장은 "전범기업도 문제지만, 정부가 과거사 청산 의지를 보이지 않아 피해자들의 결연한 의지가 꺾였다"며 "오랜 재판으로 지친 피해자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정부는 명분 없는 제3자 변제안이 아니라, 신속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