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강릉 지역 가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평창에 있는 도암댐 물을 끌어 쓰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도암댐에는 강릉 시민이 열 달 이상 쓸 수 있는 3천만 톤가량의 물이 있는데요. 25년째 수질 오염 문제로 물길을 막아왔는데, 최근 환경부가 비상 방류를 전제로 수질 검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세만 기후환경전문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릉에서 서쪽으로 15km 떨어진 평창 도암댐입니다.
댐에서부터 땅속으로 도수관로를 뚫어 강릉 남대천으로 연결되는데, 과거엔 이 관으로 물을 방류해 하루 30만 톤씩 물 공급이 이뤄졌습니다.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 인근에 이렇게 많은 물이 담긴 댐 저수지가 있지만, 과거 수질 악화 문제 때문에 25년째 강릉으로 가는 물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질을 놓고 댐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강릉시는 상반된 입장입니다.
[황주호/한국수력원자력 사장 : 많은 학계에서의 이야기는 낙동강 정수장 물보다 그러니까 취수장 물보다 (도암호 수질이) 좋다(고 합니다.)]
[김홍규/강릉시장 : (도암호 수질) 1년 중에 2급수는 한시적으로 추울 때고, 나머지는 5급, 등외로 나갑니다.]
그런데 최근 환경부가 도수관로 안에 담긴 물이 상수원으로 적합한지 지난달 28일부터 엿새간 수질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5km에 달하는 관 안에는 15만 톤의 물이 차 있습니다.
조사 결과 총 인 항목만 2급수에 해당했고 부유물질, 총 유기탄소, 클로로필 a 항목에선 모두 1급수 판정을 받았습니다.
[김범철/강원대 환경학과 명예교수 : (인 농도 외에) 다 1급수 수준을 나타냈다고 하는 건 이 물을 사용하는데 또는 생태계에 아무런 해가 없는 좋은 (수질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도암댐 저수지의 수질은 환경부가 매달 측정해 왔지만, 도수관로 속 물 수질 측정은 방류 중단 이후 24년 만에 처음입니다.
비상 방류 시 가장 먼저 강릉으로 유입될 텐데 그간 수질 확인이 안 된 터라 별도 조사에 나선 걸로 풀이됩니다.
사전 관로 정비만 마치면 2주 후부턴 하루 1만 톤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한수원 판단입니다.
SBS가 환경부 측정 데이터를 통해 도암댐 저수지 수질도 확인해 보니 최근 2년간 평균치로 볼 때 낙동강이나 영산강 상수원 일부 구간보다 양호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관건은 강릉시 동의 여부입니다.
한수원과 강릉시 간에 불신의 벽이 높은 만큼, 정부가 도암댐 수질에 대한 과학적 결론을 내고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박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