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1936∼2023) 전 이탈리아 총리 가문이 독일 민영 방송사를 인수했다고 현지 시간 4일 AFP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베를루스코니 가문이 운영하는 미디어그룹 미디어포유럽(MFE)은 지난 1일 기준 독일 방송사 프로지벤자트아인스(ProSiebenSat.1·이하 프로지벤) 지분의 75.61%, 의결권의 75.67%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로지벤은 RTL에 이어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민영 방송사입니다.
프로지벤·자트아인스·카벨아인스 등 10개 채널과 스트리밍 플랫폼 조인(Joyn)을 독일과 오스트리아·스위스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MFE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이어 독일 미디어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2019년부터 프로지벤 지분을 늘려왔습니다.
올해 들어선 프로지벤 이사회에 인수를 공식 제안했습니다.
체코 투자그룹 PPF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이사회가 MFE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갖고 있던 지분 15.68%를 MFE에 매각했습니다.
MFE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장남 피에르 실비오(56)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습니다.
베를루스코니는 1978년 설립한 방송사 메디아세트를 이탈리아 최대 미디어그룹으로 키웠고, 후손들은 여기에 더해 넷플릭스·디즈니와 경쟁하는 유럽 미디어 그룹을 만들겠다며 2021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두고 지주회사 격인 MFE를 세웠습니다.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보수 정당 전진이탈리아(FI)를 창당하며 정계에 입문한 뒤 미디어 사업을 자신의 정치에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프로지벤 산하 채널들이 정치에 악용되거나 포퓰리즘으로 흐를 거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볼프람 바이머 독일 문화장관은 지난 2일 피에르 실비오를 만나 편집권 독립을 훼손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피에르 실비오는 이 자리에서 "글로벌 기술 기업에 맞설 범유럽 미디어그룹을 만드는 게 목표다. 독일은 이런 프로젝트를 위한 이상적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