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혁신당 대변인 탈당 "피해자들 절규 외면했다"
오늘도 정치권에는 일이 많았습니다. 검찰개혁 방향과 내란특검 연장 문제를 논의한 법사위는 계속 뜨거웠고, 특검의 압수수색과 이를 막겠다는 국민의힘의 대치도 사흘째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내란 특검 수사와 검찰개혁을 두고 정치권의 주된 대치 전선이 형성된 정치권에, 오늘 아침 조국혁신당에서 의외의 파열음이 일었습니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의 탈당 기자회견이 그것입니다.

강미정/조국혁신당 대변인 기자회견
"당은 성추행·괴롭힘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
"당 흔드는 배은망덕한 것들이란 2차 가해"
"바로잡힐 거란 기대로 조국 사면 기다렸지만, 더는 기다릴 필요 없다는 것 깨달아"
"당은 성추행·괴롭힘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
"당 흔드는 배은망덕한 것들이란 2차 가해"
"바로잡힐 거란 기대로 조국 사면 기다렸지만, 더는 기다릴 필요 없다는 것 깨달아"
강미정 대변인 스스로 "(법사위) 검찰개혁 공청회가 열리는 날" 즉 검찰개혁을 당 존재이유로 들었던 조국혁신당에게 참으로 중요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당의) 현실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탈당 회견문을 읽어내려 갔습니다. 지난 4월 말 세상에 처음 알려졌던 '조국혁신당 성추행 사건'이 파국적 결말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지는 자리였습니다.
강 대변인은 특히 조국 전 대표가 사면돼 나온다면 성추행 사건 진상이 규명되고 당이 바로잡힐 날이 올 거라고 믿었지만, 더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수감 중에는 '손편지'로, 사면 이후에는 피켓을 들고 진상규명을 호소했지만 조국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당내에는 여전히 2차 가해가 횡행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때마침 오늘 조국 전 대표(혁신정책연구원장)의 조계사 방문 일정이 있었습니다. 동행 취재 중이던 기자들이 "탈당 기자회견 어떻게 보셨나?" "침묵한 게 맞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는데, 조 전 대표는 계속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5번 정도 재촉이 이어지자, "다음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 사찰에서 말고, 다음에 기회를 갖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뒤 다시 관련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이 무너졌다
조국혁신당 성추행 사건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4월 말입니다. 당직자 A씨가 상급자인 B씨에게 수개월 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며 당 여성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때로는 귀가 중 택시 안에서, 또 당 집회 현장이나 이후 회식 자리에서 신체적·언어적 성추행이 이어졌다는 내용입니다. 4월 15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공식적으로 비위 신고가 접수됐고 가해자가 윤리위에 회부됐지만, 조국혁신당의 본격적인 조사나 후속 조치는 없었습니다. 결국 피해자가 4월 28일 종로경찰서에 고소를 한 이후에야 조국혁신당은 외부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고 가해자 분리 조치를 취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대략의 사건 개요입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핵심 당직자의 성 비위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추가로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성추행 사건들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글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강미정 대변인이 지적했듯이, 중요한 건 그 이후 조국혁신당에서 공당(公黨)으로서의 원칙이 지켜지고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됐는지 여부일 테니까요.
강 대변인은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피해자 보호 조치는 부실했고, "윤리위와 인사위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외부 조사기구 설치 요구는 한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향해 "너 하나 때문에 열 명이 힘들다." "우리가 네 눈치를 왜 봐야 하느냐"라는 2차 가해가 쏟아졌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진상규명과 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옳은 척 포장된 싸움'으로 매도됐다고도 했습니다.
진상규명과 당의 쇄신을 외쳤던 세종시당 위원장은 지난 1일 제명됐고, 함께 했던 운영위원 3명도 징계를 받았고, 한 조력자는 '품위유지 위반'(허락 없이 관련자 녹취를 했다는 이유로 알려졌습니다)으로 징계를 받아 며칠 전 사직서를 냈다고 했습니다. 결국 당내 성추행·괴롭힘 사건의 피해자와 그를 돕기 위해 나섰던 사람들이 오히려 당에서 쫓겨나거나 당을 떠나고 있다는 게 강 대변인이 탈당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조치 완료' 주장하는 조국혁신당...커지는 파열음
조국혁신당 공식 입장
"당헌·당규에 따라 피해자 요구 모두 수용"
"당 차원 절차 완료...사실과 다른 주장에 유감"
"당헌·당규에 따라 피해자 요구 모두 수용"
"당 차원 절차 완료...사실과 다른 주장에 유감"
조국혁신당은 강 대변인 탈당 기자회견 직후 반박 입장문을 냈습니다. "당헌·당규에 따라 피해자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절차를 마쳤다" "사실과 상이한 주장이 제기된 점에 대해 유감"이라는 내용입니다. 가해자 2명에 대해 각각 제명과 당원권 정지 1년을 의결했고,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특위를 통해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 방안을 담은 당규 제정안도 마련했다고 했습니다. 2차 가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지적에는 "추가 신고가 없어 당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고 했고, 조력자들이 추가 징계를 받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파장은 조국혁신당을 넘어 정치권으로 확산하는 분위깁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번 2차 가해 논란과 관련해 최강욱 당 교육연수원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최 원장이 지난달 말 대전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행사 강연에서 이번 성비위 사건에 대해 "그렇게 죽고 살 일인가" 등의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섭니다. 최 원장은 아시는 대로, 조국 전 대표의 아들에게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기소돼 2023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조국 전 대표의 '침묵'과 최강욱 원장의 "그렇게 죽고 살 일인가"라는 발언, 피해자들에겐 모두 폭력으로 다가갔을 테지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