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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번 나가봤는데 우승!…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의 역주행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박수예
지난 5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대회 양인모에 이어 2연속 한국인 우승 기록을 세웠는데요, 박수예는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에 출연해 '그냥 한번 나가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했지만, 최종 결선 진출자 발표 때 떨어진 줄 알고 만감이 교차한 순간도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제 콩쿠르는 졸업'이라는 박수예와 함께, 긴장감 넘쳤던 콩쿠르의 순간들을 즐겨보세요.

김수현 기자 : 콩쿠르는 어떤 마음으로 참가하신 거예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그냥 한번 나가보자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대단한 마음을 가지고 상을 받아야겠다고 나가지는 않았고요. 제가 늘 팔로우하고 좋아했던 콩쿠르여서 그냥 한번 나가보자는 마음으로 나갔던 것 같습니다.

김수현 기자 : 여러 라운드를 거치잖아요. 생각나는 순간이나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1라운드 전이 제일 떨렸던 순간 같아요. 많은 바이올리니스트가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겠지만, 1차에서는 무반주 바흐 솔로도 해야 되고 파가니니 카프리스도 연주해야 되고 하니까 항상 난이도가 높은 라운드여서 제일 떨렸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 2차 끝나고 파이널리스트가 발표되는 순간, 6명이 올라간다는데 저는 '잘 세어야지' 하고 이름이 나오는 순간 몇 명이 언급됐는지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발표되기 전에 다 발표된 줄 알고 '안 됐구나'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다들 집중하고 있는 거예요. 그 순간 제 이름이 마지막으로 언급돼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김수현 기자 : '그래도 불릴 거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셨나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그전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그래도 올라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은 있었어요. 너무 원했던 거여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이름이 안 불렸다고 생각했을 때는 아주 잠깐 동안 '안 됐구나'. 뭐 어쩌겠어요? 1~2초 만에 생각이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파이널에서는 연주할 때는 어떤 마음이셨어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가장 연주 같은 느낌이 강했던 무대였고요. 핀란드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다 보니까 정말 관심을 많이 받았어요. 방송국에서도 찾아오고 인터뷰와 촬영도 많이 했는데, 부담스러우면서도 '연습은 언제 하지'. 그래도 연주 같은 마음으로 차분히 하고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제일 마지막 곡으로 했는데 끝나자마자 바로 몸살이 걸려서

이병희 아나운서 : 긴장하고 있다가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생각보다 정말 많이 애를 쓰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은 했어요.

김수현 기자 : 다 TV에 방송이 되나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다 방송이 됐어요.

김수현 기자 : 생방송으로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네.

김수현 기자 : 다른 연주자들도 다 똑같이 연주를 하는 거잖아요. 6명이라고 하셨으니까 시청자들도 똑같은 곡을 여섯 번 듣게 되는 거네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맞습니다. 이틀인가 3일인가 나눠서 한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러면 시청자들도 '같은 곡이지만 이렇게 다르구나'를 느끼면서 듣게 되겠어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맞아요. 바로 드러나니까. 또 프로그램 북에 자그마하게 노트를 할 수 있는 게 있었는데, 시청자의 재미를 위해서 같이 팔로우 하신 분들이 '이 참가자는 어떻고 저 참가자는 어떻고'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어요. '내 이름에는 뭐가 쓰여 있을까' 궁금증도 생기고.

김수현 기자 : 그 프로그램북이 텔레비전 방송에도 나가는 건가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그건 아니고 현장에 오신 분들의 재미를 위해서.

이병희 아나운서 : 다들 뭔가 평론가가 된 기분.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맞아요. 시벨리우스 콩쿠르가 나라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오신 것 같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그럼 관객들이 써준 평을 연주자에게 보여줘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직접적으로는 아닌데 지인들을 통해서 '자기 엄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는데 내가 페이버릿이다' 이런 얘기는 몇 번 들었던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김수현 기자 : 관객이 심사를 그렇게 하신 거네요. 재밌네요. 사실 이전 대회에서는 양인모 씨가 우승했기 때문에 두 번 연속 한국인이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저도 그럴 줄 몰랐어요. '한국인이 또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안 될 것 같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근데 그런 이유만으로 참가를 안 하겠다는 뜻은 없었으니까 상관없이 갔습니다.

김수현 기자 : 잘하는 사람한테 주는 것이 당연한 건데 잘하는 사람 주다 보니까 또 한국인이네, 이렇게 됐겠죠?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네. 워낙에 잘하시는 분들이 한국에 너무 많으니까.
박수예

김수현 기자 : 콩쿠르 우승하고 나서 뭔가 달라진 것 같으세요? 어떠세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은 없고 마음이 조금 더 편해졌다는 느낌은 있는 것 같아요. 절실히 느꼈던 게, 주변에서도 나가기 전부터 응원을 해 주신 분들이 너무 많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제가 잘 되길 바라는 분들이 너무 많았어서 정말 큰 응원과 사랑을 정말 받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 시간이 된 것 같고요. 이 콩쿠르를 통해서 좀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김수현 기자 : 한참 어린 나이부터 음반을 내고 연주를 계속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역주행이라는 말도 나오던데, 많이 들으셨죠? 어떻게 생각하면 이미 프로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고 음반 6장을 내신 분인데 이제 콩쿠르에 나간다는 게 되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겠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너무 부담스러웠죠. 그래서 한때는 콩쿠르를 안 나가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콩쿠르에는 나이 제한이 있고 30살 넘어가면 못 나가니까, 30살이 돼서 갑자기 '콩쿠르 한번 나가 볼 걸' 이런 후회가 될까 봐. 또 콩쿠르도 방법 중에 하나니까, 음반 내고 연주를 했던 것처럼 콩쿠르도 한번 나가보자는 마음으로 그냥 나갔고 최대한 부담은 안 가지려고 했는데 부담이 많이 됐죠.

김수현 기자 : 선생님께서는 콩쿠르에 대해서 '꼭 나가라' 이런 얘기는 안 하셨던 분으로 알고 있는데.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전혀 안 하셨어요. 제가 음반과 연주에 집중을 잘할 수 있었던 게 선생님 덕이 아니었나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콩쿠르 나가라고 말씀하셨으면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쳤을 수도 있을 텐데, 너무 틀에 박혀서 콩쿠르만 포커스 하면 그 순간에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을 놓칠까 봐, 선생님께서 항상 '우선 음악과 바이올린을 배우고 그다음에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하셔서 참 감사하죠. 그런 쪽으로 전혀 부담을 주시지 않았으니까.

김수현 기자 : 이번에 콩쿠르 나갈 때는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나갈 거야?' 그래서 '한번 나가볼까 싶습니다' 하니까 '그래. 나가고 싶으면 나가' 하시고, 콩쿠르 끝나고 나서는 '1차에서 떨어지거나 아니면 1등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대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1차에 떨어지든 아니면 1등을 하든' 그랬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도 너무 좋아하시고.

김수현 기자 : 왜 그랬을까요? 떨어지지 않으면 1등.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그러게요. 콩쿠르에 나가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선생님이 '나가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라. 나갈 거라고 딱 정했으니까 그 선택에 대해 최선을 다하라'라고 말씀하셨어요.

김수현 기자 : 콩쿠르가 어떤 의미였을까요? 안 나가다가 '그래도 한 번은 나가 봐야지' 하게 된 건 왜 그랬을까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주변에서도 콩쿠르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가졌고 오히려 그래서 저도 호기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너는 왜 콩쿠르 안 나가냐, 콩쿠르 나가 볼 생각 없냐. 나가면 잘할 것 같은데' 이런 말을 계속 듣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한번 나가보자' 이런 생각으로. 주변에서 말씀도 많이 하시고, 콩쿠르에 안 나가서 후회하는 것보다 그냥 나가서 후회하자.

이병희 아나운서 : 콩쿠르 앞두고 원래 내가 많이 연주도 해봤고 연습도 많이 돼 있는 곡인데, 뭔가 준비가 좀 달라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그런 곡을 했을 때는 좀 더 수월하면서도 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워낙 자주 했던 곡이라서 손에 익히는 것에 대한 부담과 어려움은 없는데 그만큼 예전에 했던 습관들, 아니면 지금 제 음악이 달라지고 성숙해진 부분에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파고들어야 하는 어려움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콩쿠르에서의 연주와 그냥 공연 무대에서의 연주가 달라지나요? 어떠세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안 달라지려고 노력했는데 아무래도 콩쿠르에서 했던 연주가 더 떨리긴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콩쿠르 전에 연주처럼 하는 트레이닝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냥 연주하는 느낌으로 가서 예전에 나갔던 콩쿠르보다는 덜 떨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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