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타이완의 쉬용쉬 조각가가 국내에서는 처음 개인전을 열고 있습니다. 흙반죽을 손으로 길게 늘이거나 얇게 펴는 수행의 과정을 통해서 존재의 본질에 대한 해답을 추구합니다.
이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시시포스의 의문 / 20일까지 / 아트스페이스3]
검붉은 흙빛 면들이 휘어지고 꼬인 채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커다란 조개껍질들 덩어리이거나 침식된 암석 같은 유기적 구조물입니다.
밝은 유백색의 조형물은 물결의 파동인 듯 굽이치고 있습니다.
모두 얇은 철판이나 플라스틱 재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흙을 구워서 나온 작품입니다.
흙을 반죽한 뒤 점토를 길게 늘여서 이어 붙이고 손으로 눌러 얇게 펴면서 모양을 만들어 갑니다.
손바닥과 손가락을 이용한 지난한 수행의 과정입니다.
[쉬용쉬/작가 : 흙을 손으로 직접 다루고 있는데요, 이 흙 위에 제 몸의 흔적과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품이 많아지고 크기가 커질수록 손가락은 그만큼 고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쉬용쉬/작가 : 밝은 색상의 작품들을 자세히 보시면 제 손가락의 지문이 찍혀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엔 지문이 대부분 지워져서 최근 작품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지만 다시 굴러 떨어지는 무의미한 행위를 반복해야 하던 시시포스처럼 쉬용쉬 작가도 거대한 점토 덩어리와 영원한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시포스에게는 형벌이었던 행위가 작가에게는 관계와 과정이었고 예술적 성취를 위한 도전이었습니다.
[쉬용쉬/작가 : 이렇게 반복되는 과정이 정말 지치고 힘들 거라고 얘기들 하시는데요,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거든요.]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작가의 이번 전시는 튀르키예와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국제 순회전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영상편집 : 김윤성,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