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으로 무너진 아프가니스탄의 주택들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 동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천400명을 넘어섰습니다.
인프라와 경제 상황이 열악한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고, 영국과 인도 등이 먼저 지원에 나섰습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47분쯤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6.0 지진으로 이날까지 1천411명이 숨지고 3천124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아프간 탈레반 정권 대변인은 이날 이 같은 인명피해 규모를 설명하면서 주택도 5천400채 넘게 파손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아프간 당국은 지진 현장에서 전날에 이어 이틀째 수색 작업을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무너진 주택 잔해에서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될 때마다 흰 수의로 시신을 감싼 채 기도한 뒤 매장했습니다.
사망자 가운데 일부는 어린이였고, 부상자들은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동부 쿠나르주 누르갈에 사는 자파르 칸 고자르(22)는 AFP 통신에 "방과 벽이 무너졌다"며 "일부 아이들은 죽었고, 다른 아이들은 다쳤다"고 말했습니다.
AFP 통신은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한 아프간 동부 일대가 이번 지진으로 초토화됐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600명 넘게 사망자가 발생한 쿠나르주에서는 3개 마을이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일부 구조대는 험준한 산악 지형과 악천후 탓에 외딴 지역에는 아예 접근하지 못하는 등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통신망이 끊긴 지역이 있는 데다 아직 실종자도 많아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에산울라 에산 쿠나르주 재난관리국장은 "피해가 심각한 4개 마을에서 구조 작업을 했고, 이제 더 외딴 산악 지역으로 접근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잔해 밑에 얼마나 많은 실종자가 있을지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케이트 매리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담당관도 "이번 지진 발생 지역에서는 지난 하루 이틀 동안 폭우까지 내려 산사태 위험도 상당히 크다"며 "많은 도로도 끊겼다"라고 전했습니다.
큰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날 오후 4시 59분쯤 첫 지진 진원지 인근에서 규모 5.2 지진이 또 발생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밝혔습니다.
AFP 통신은 두번째 지진 진원지는 잘랄라바드에서 북동쪽으로 34㎞ 떨어진 곳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지진으로 인한 추가 인명 피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14만 5천 달러(약 2억 원)를 지진 복구비로 배정하고, 필요하면 추가로 예산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번 지진 피해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여서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영국 외무부는 아프간에 긴급 자금 100만 파운드(약 18억 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자금은 탈레반 정권이 아닌 유엔인구기금(UNFPA)과 국제적십자사(IFRC)를 통해 의료 서비스와 긴급 구호품을 제공하는 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인도 외무부도 대피용 텐트 1천 개를 아프간에 전달했으며 쿠나르주로 식량 15t을 옮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아프간에 구조대를 파견하고 식량, 의약품, 텐트 등 긴급 지원 물품도 보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아프간이 필요하면 가능한 한 범위 내에서 재난 구호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으며 러시아도 지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