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장의 장관 저격..."장관조차 검찰에 장악돼"
임은정 검사장(서울동부지검장)의 정성호 법무장관 저격 발언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지난주 금요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임은정 지검장은 "(정성호 장관의) 검찰 개혁안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 "정 장관조차도 검찰에 장악돼 있다"며 그야말로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어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진수 법무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노만석 대검차장, 김수홍 검찰과장 다섯 명의 실명을 적시해 '검찰 개혁 5적'으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임 지검장의 핵심적인 주장은 '정치 검찰의 완벽한 해체' '(청산 수준의) 인적 쇄신'으로 보입니다. 검찰 내에서 거론되는 개혁안은 공소청(기소)과 중수청(수사)을 법무부 산하에 함께 두고 상호 견제 협력하도록 해야 하고, 공소청 검사들의 보완수사 요청권을 유지하는 것은 그 상호견제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파악되는데, 임 지검장이 보기에 이는 '법무부와 검찰의 자리 늘리기'에 불과하고 결국 '검찰이 간판만 바꿔단 것'으로 귀결될 뿐이라는 겁니다. 봉욱 민정수석 등을 '검찰 개혁 5적'으로 실명 비판한 것도 인적 청산 수준의 '과거와의 절연'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보입니다.

임 지검장이 검사장(동부지검장)으로 승진한 게 지난 7월 1일이고 정성호 장관 취임이 7월 21일이니까, 정 장관이 임 지검장 승진 인사를 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시절 한직을 전전하던 임은정 검사를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끌어올린 게 이번 인사의 의미겠죠. 그런 이재명 정부 초대 법무장관인 정성호 장관이 임 지검장에게 이렇게까지 험한 말을 들을 거라고는 결코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더구나 검찰개혁 관련 여권의 분열이 가까스로 봉합된 게 겨우 2주 전입니다. 임 지검장의 '장관 저격 발언'으로 다시 상처가 벌어질 위깁니다.
먼저 나선 우상호 수석, "논쟁하랬더니 싸움 걸어"

그런데 박 수석부대표는 임 지검장이 참석한 29일 토론회를 '특정 정당의 토론회'라고 지적했습니다. "아무리 조국혁신당이 민주당과 우호적 관계인 정당이기는 하더라도 특정 정당의 토론회가 단순한 자리가 아니고 임 지검장은 공직자"라고 말했습니다. 조국 사면과 사면 이후 조국 전 대표의 행보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조국혁신당 토론회에 나가 상관인 법무장관을 필두로 민정수석과 차관까지 줄줄이 공개 저격한 행위에 불쾌감이 더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겠지요. 다만 사실관계를 바로잡자면, 그 토론회는 조국혁신당의 토론회가 아니라 촛불행동과 민주당 박홍근 의원 조국혁신당 황운하·박은정 의원이 함께 주최한 토론회였습니다. 임 지검장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조국혁신당에 대한 박 수석부대표의 서운함이 드러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강성 지지층의 '환호'...봉합한 상처 벌어질 위기될라
폭풍처럼, 전광석화처럼 검찰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정청래 대표(뿐만 아니라 추미애, 민형배, 김용민 의원까지)의 발언은 정치적으로 너무나 심플하고 강렬합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검찰 개혁을 존재 이유로 삼는 조국혁신당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지도부가 임은정 검사장의 장관 저격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자칫 검찰개혁 관련 여권 균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겠지요. 이른바 '속도조절론' 갈등을 가까스로 봉합한 것이 불과 2주 전입니다. 지지층의 검찰개혁 열망이라는 정치적 에너지가 자칫 내부 갈등의 불쏘시개로 비화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게 우상호 수석이 먼저 나선 이유로 보입니다. 심플하고 강력한 '정치적 슬로건'과 각종 후속입법과 조직 간 권한 조정 및 정비라는 '지난한 실무 작업'을 대립시키고 충돌하게끔 만드는 건 대단히 어리석은 일입니다. 차원이 다른 두 문제를 뒤섞어서 소모적인 갈등을 지속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검사장의 장관 저격은 이런 어리석은 일을 발화할 수 있다는 여권의 우려가 읽힙니다.
"머시 중헌디?"...아주 보통의 검사 출신이 강조한 '수사 책임성'
다만 얼마 전 한 검사(정치검사 아니고 형사부 출신의 아주 보통의 검사)출신 변호사의 말을 꼭 소개하고 싶습니다. 수사-기소 분리도 좋고, 검찰 해체든 보완수사 폐지까지 다 좋다(상관없다는 의미에서 좋다로 들렸습니다)면서, 그 검사가 혼신의 힘으로 강조한 건 '수사 책임성'이었습니다.
영화 곡성의 유명한 대사죠. "머시 중헌디?"라는 질문에 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민 눈높이에선 수사 책임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지금은 검찰도 경찰도 수사에 대한 책임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이고, 정치검찰을 단죄하면서도 사법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사 책임성'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검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예컨대 경찰이 수사해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거나 검찰이 직접 인지사건 수사에 착수해서 이른바 사건번호를 따게 되면('딴다'라는 표현이 참 재미있는데 일반적으로 이렇게 쓰지요), 그때부터 시간이 카운팅됩니다. 한 달 두 달 세 달, 시간이 가면 '미제 사건' 빨리 제대로 처리하라고 검찰은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게 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정치검찰 얘기가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 처리 절차에 관한 얘기니까 정치적 오해나 음모론은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지금은 경찰에서 검찰로, 다시 보완수사 요청을 통해 검찰에서 경찰로 사건이 옮겨 다닐 때마다, 사건번호를 새로 따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민원인이나 피해자 또 고소 고발인 입장에선 사건이 검경을 지속적으로 오가면서 시간은 흘러가고 있는데, 공식적으로는 '미제 사건' 또는 '사건 지연'이 발생하지 않는 겁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경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