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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신을 위한 전사? 복음주의 기독교가 미국-이스라엘 관계에 미치는 영향 [스프]

[깐깐남in뉴욕] 김범주 뉴욕특파원

깐깐남
미국에서 현재 가장 예민한 문제 중 하나, 이 얘기를 잘못 꺼내면 말싸움이 날 수도 있고 외국인들은 추방당할 수도 있는 문제. '미국은 왜 이스라엘 편을 드는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데 제대로 된 답을 들어본 적 없는, '미국에 부자 유대인들이 많으니까 어떻게 해서 미국을 움직이는 거 아냐?'라고 생각들 하실 텐데,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들이 나옵니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해보죠. 미국은 정말 이스라엘 편인가? '당연한 질문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건데 3주 전에 했던 갤럽 여론조사, 미국 국민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행동을 지지하는 비율이 32%입니다. 미국 국민의 3분의 1만 지지를 한다. 최저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의외죠. '미국 사람들이 이스라엘이 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단 말이야?'라고 생각하실 건데요.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하마스가 처음 공격을 했을 때 50:45, 찬성이 50이었어요. 이게 뒤집혀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이스라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0%, 지지한다는 응답이 32%, 2배 차이입니다. '그러면 미국이 지금 이스라엘 편드는 게 아니네?'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런데 미국 정부는 계속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많은 미국 국민들의 의사와 반대로 행동하는 거냐?

이 부분을 지지 정당별로 나눠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지지자의 71%가 이스라엘을 지지합니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비율이 8%밖에 안 돼요. 민주당 지지층 90% 이상이 현재 이스라엘의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석됩니다. 그리고 중도층도 25%예요. 공화당 지지층과 아닌 사람들이 확 갈려요.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은 왜 이스라엘을 지지하지 않는가?

힌트를 드리자면 미국에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이 유대인의 70% 이상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민주당 지지자예요. 그런데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비율이) 8%입니다. 희한하죠.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대인은 많아봐야 20%대입니다. 그런데 이 공화당 지지층의 71%가 이스라엘을 지지한단 말이죠. 한마디로 유대인 없는 유대인 팀. 무한도전에서 유행했던 '홍철이 없는 홍철 팀' 밈처럼, 지금 미국의 모습이 바로 이런 유대인 없는 유대인 팀입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나. 이 이유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양대 세력에 대해서 알아봐야 돼요. 첫 번째 세력은 마가(MAGA)라는 세력입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이 지지 세력의 기본적인 개념은 '외국 정부와 민주당 부패 세력이 결탁해서 우리나라의 부를 외국으로 빼돌리고 있다. 그래서 여러분이 가난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입니다.

러스트벨트라고 하는, 옛날에 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이 발달했던 지역에 있는, 경제적으로는 중산층 혹은 그 이하, 교육 계층으로는 고졸 이하의 사람들이 많이 이 마가 세력에 들어가 있는 거죠. 이 사람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내놨던 해답은 '중국 때문이다. 여러분이 중국 때문에 힘들다'라고 설득해서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일리노이 등의 격전지들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 세력은 중국에는 분노를 할지언정 이스라엘에는 별 감정이 없어요. 좋게 말해서 감정이 없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무심합니다. '이스라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는 거랑 뭔 상관이야' 그래서 이란하고 싸울 때 가장 나서서 미국이 이스라엘 편을 들면 안 된다고 얘기했던 것이 바로 이 마가 세력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다른 쪽 날개가 바로 이스라엘을 후원하는 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보수 기독교 세력입니다. '미국이 잘못 가고 있는데, 민주당이 이 나라를 타락시키고 있다. 낙태 문제라든가 성 정체성 문제 등.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라고 믿는 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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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벨트' 기독교가 생활과 깊이 연결돼 있는 동네입니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의 격전지가 들어가 있죠. 보수 기독교계의 세가 강한 지역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예수님을 위한 전사 이미지처럼 각인돼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과 연관이 되는 부분은 보수 기독교계 중 복음주의 종파인데 미국에서 4,50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 복음주의와 이스라엘은 무슨 관계냐? 복음주의가 갖고 있는 첫 번째 믿음은 '성경에 이스라엘 땅을 신이 이미 유대인들에게 줬다'입니다.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이집트까지도 유대인들에게 주어졌다고 믿는 겁니다. 심지어 종교인들만 이렇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폭스뉴스에 칼럼으로 이런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성경은 이스라엘이 유대인에게 속한다고 말한다. 3천 년 전부터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본다는 폭스뉴스에 이런 글이 기사 형태로 올라와 있을 정도로 보수 세력에게는 상당히 널리 퍼진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약속이 왜 중요할까? 이 약속이 실현되면, 이스라엘을 유대인들이 온전히 다 차지하면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해서 우리 기독교인들을 다시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결됩니다. 이걸 믿는 사람이 미국에 약 4,500만 명이 있다는 겁니다.

2013년에 퓨 리서치 센터라는 유명 여론조사 기관에서 '신이 유대인에게 이스라엘을 줬다고 믿느냐?'라고 물어봤습니다.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82%가 그걸 믿고 있어요.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할 걸 믿느냐?'라는 질문을 던져봤더니 92%가 믿는다고 대답해요. 4,500만 명의 절대다수가 '이스라엘 땅은 유대인이 가져가야 하고,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기독교인의 복음에 연결된다'라고 믿고 있는 거예요.

이게 정치하고 어떻게 연결되느냐. 출구조사 같은 걸 하잖아요. 이 복음주의자들의 80%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요한 격전지를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는 데 필수적인 사람들이 바로 이 복음주의자들인 거죠.

원래는 이 복음주의자들이 미국 정치하고 연결돼 있지 않았었어요. 이렇게까지 붙어서 간 적이 없었는데 발단은 이 사건입니다. 2015년 당시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에 와요. 그때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과 핵협정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나의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생각을 한 거죠. 그리고 미국 역사에서 이례적으로, 외국 정부의 수반이 의회에 서서 미국 대통령을 공격합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 이스라엘 총리 (2015년 3월 3일)
유일한 유대 국가인 나의 조국 이스라엘을 말살하려는 위협을 멈추십시오.
우리가 1년 넘게 들어온 말이 나쁜 거래를 할 바엔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건 나쁜 거래예요.

'이란이 세계에서 유일한 유대인 국가를 해치려고 한다' 기립박수가 나오고, '이건 잘못됐다'라고 지적을 하죠. 이 순간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은 복음주의와 함께 갈 수 없는 존재가 돼버립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복음주의자들이 힘을 싣게 되는 거죠. 실제로 처음으로 이 복음주의자들의 80% 몰표로 당선이 됐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복음주의자들이 고마울 수밖에 없죠.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2017년에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 가서 갑자기 '이스라엘 수도는 예루살렘이다'라고 선언하고 미국 대사관을 옮기겠다고 발표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2017년 12월)
저는 결정했습니다.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입니다.

전 세계가 놀랐죠. 이스라엘의 수도는 텔아비브고 예루살렘은 기독교뿐 아니라 아랍에서도 성지로 생각하는 곳인데 거기를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 준다는 것은 굉장히 큰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였죠. 한 가지 선물을 준 겁니다. 복음주의자들에게는 신의 사도 같은 이미지가 되는 거죠.

그런데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후 복음주의자들을 다시 한번 경악하게 하는 사건, 2023년 하마스의 공격이 있었습니다. 복음주의자들 입장에서는 민주당 정권에서 또 이런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용납하기 어렵죠. 강경하게 나섭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이블 벨트'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입니다. 복음주의에 기반해서 이스라엘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인데, 공격이 있고 나서 방송에 출연해서 이런 발언까지 해서 국내외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린지 그레이엄 | 미 상원의원 (2024년 5월 12일)
독일군·일본군과 싸운 후 우리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투하하여 전쟁을 끝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건 옳은 결정이었습니다. 이스라엘에게 전쟁을 끝내는 데 필요한 폭탄을 제공하고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하세요.

2023년, 24년에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결과적으로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더 지지하게 된 겁니다. 우리의 믿음이 실현돼야 하는데 민주당 정권이어서는 안 되는 거고 그걸 지켜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죠.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당선돼서 새로운 행동을 합니다. 2024년 미국 대학 전역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기금으로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원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마라'라는 조건을 내걸면서 반전 시위라고 주장했지만, 반대편에서는 반이스라엘, 더 나아가서는 반유대주의, 반국가, 미국의 외교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라고 공격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체류자들을 단속하기 전에 이 시위에 참가했던 영주권자와 학생 비자를 가진 사람들을 제일 먼저 단속했죠. 대표적으로 맨 처음 단속됐던 칼릴이라는,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위에 참석했던 영주권자를 체포했어요. 100일 만에 풀어주긴 했습니다만.

그리고 미국 대학들을 공격했죠. 반유대주의 시위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공격해서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들인 하버드, 컬럼비아 등의 항복을 받아낸. 만약 지금 미국 대학교에서 비슷한 시위가 벌어진다? 시위 자체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학교에서도 눈 감아줄 수 없고 학생들도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복음주의자들에게는 역시 기쁜 소식이죠.

또 한 가지,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점령 계획을 발표했죠. '가자 지구를 다 차지하겠다'. CNN 같은 방송들, 민주당 지지층들은 이런 행동에 반대하기 때문에 이런 헤드라인으로 기사를 쓰는 겁니다. '네타냐후의 가자지구 점령 계획은 자신 외에는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실제로 이스라엘 사람들도 지금 이스라엘 정부의 군사 작전에 동의하지 않고 있긴 합니다. 예루살렘 포스트의 여론조사 결과인데, '이스라엘 국민 3분의 2 이상이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경제적 피해도 여러 가지 우려가 있다' 이런 식의 여론조사를 내놓고 있고요.

그런데 공화당 지지자의 70% 이상이 전쟁에 찬성하고 있죠.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에서 가장 믿을 구석은 이스라엘 국민이 아니라 미국에 있는 70%가 넘는 공화당 지지층, 더 나아가서는 보수 기독교계 복음주의자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폭스뉴스에서 이런 기사들이 나옵니다. '신앙에 대한 비난 : 네타냐후, 미국에서 기독교인과 이스라엘을 분열시키려는 시도를 비난'. 미국 기독교와 이스라엘은 같이 간다라는 겁니다.

이스라엘의 담당 장관은 기독교 시오니즘*이라고 표현을 해요. 
*기독교 시오니즘 : 기독교에 뿌리를 두면서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 옹호하는 신념
기독교와 시오니즘이 만났다는 겁니다. 기독교 시오니즘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핵심이다, 저 사람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관련된 목사라든가 지도자들을 이스라엘로 불러서 같이 기자회견을 하고 한목소리를 내면서 미국에 있는 지지층들을 자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복음주의 교단 목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푸시하는 거죠. '이스라엘을 도와야 한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걸 다 줘야 된다' '폭탄도 최대한 줘야 된다' 이스라엘이 쓰는 무기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끊기지 않고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트럼프

복음주의 교단의 지도자들이 백악관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붙잡고 기도를 합니다. 이 기도가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가 돼서 돌아와요. 트럼프 대통령도 마다할 이유가 없죠. 내년 중간선거까지도 복음주의자들은 민주당으로 갈 이유가 전혀 없고, 정치적으로 행동해서 공화당을 밀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를 이미 맛봤기 때문에 계속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10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에는 없었던 현상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실제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얘기는, 미국 당국이 학생 비자라든가 관광으로 들어오시는 분들도 SNS를 뒤진다고 하잖아요.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셔야 될 부분이 바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아랍 문제입니다.
 
마크 루비오 | 미국 국무장관 (2025년 3월 12일)
'온갖 종류의 반유대주의 활동을 하고' '대학을 폐쇄시켜버릴 거예요' 비자 신청할 때 이 말을 했다면 발급 거부했을 겁니다. 미국에 입국시키지도 않았을 겁니다. 들어와서 이런 짓을 한다면 비자 철회 후 추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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