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 고공농성장 직접 오른 정청래…"잘할 테니 내려오라"

"얼굴 보고 있으니까 자꾸 눈물이 나서…빨리 내려오세요. 많이 하셨어. 우리가 잘할 테니까 내려오세요."(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오늘(28일) 오전 경북 구미 소재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 농성장.

정 대표가 안전모를 쓰고 지상 9ｍ 높이 농성장에 올랐습니다.

고용승계 및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며 599일째 고공농성 시위 중인 해고 노동자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정 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 황명선 최고위원과 함께 오늘 오전 고공 농성장을 찾았습니다.

정 대표는 박 수석부지회장과의 약 20분간의 대화 내용을 메모하다가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한국옵티칼은 일본 화학기업 '니토덴코'의 한국 자회사로, 2003년 설립됐습니다.

2022년 10월 대형 화재로 구미공장이 전소하자 청산을 결정한 이후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통보했습니다.

당시 사측 희망퇴직을 거부한 일부 직원은 평택 한국니토옵티칼 등 다른 지역 공장으로의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 수석부지회장은 이 같은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발해 작년 1월 8일부터 공장 옥상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오늘까지 고공농성은 세계 최장기 기록인 599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박 수석부지회장 및 노조 관계자에게 "제가 알기로 최근 여기에 화재가 난 핑계로 해고하고, 실제로는 평택공장으로 옮겨가서 신규 직원도 뽑았다"며 "일종의 고용승계를 해도 되는데 그걸 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한) 이유는 뭐냐"고 물었습니다.

이어 "신규 직원보다는 기술과 노하우가 있는 숙련된 노동자들을 (고용승계로) 뽑으면 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나"라고도 했습니다.

정 대표는 고공 농성장에 동행한 김주영 의원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라고 지시한 뒤 입법공청회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정 대표는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는 박 수석부지회장에게 "입법하려면 입법공청회를 열어야 하는데 청문회랑 똑같은 역할이다. 청문회든, 입법공청회를 하든 최선을 다할 테니 그만 내려오시라"고 거듭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요구하시는 대로 한국니토옵티칼 대표이사를 국회로 불러내 노동자들과 직접 대화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약 20분간 대화를 마친 정 대표는 지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가 요구하시는 바가 그렇게 크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왜 해고당했는지, 왜 고용승계를 하고 있지 않은지 제발 이유라도 알고 싶으니 좀 만나 달라는 소박한 요구였다"며 "당에서는 관련 TF를 만들고 지속해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주영 의원은 "입법공청회 등을 통해 하루빨리 평택공장 한국옵티칼 대표를 불러내 노동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외투기업의 이런 '먹튀'를 방지할 입법 활동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