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만약 내 자녀의 IQ를 고를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 지능뿐 아니라 키가 큰 아이, 살은 덜 찌는 아이를 고른다면요? 소설이나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 같지만,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실제 실리콘밸리발 유전공학 업체 서비스가 등장했거든요.
유전공학이 점점 발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시험관아기부터 치료가 어려웠던 유전병도 점점 정복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동시에 배아 단계에서 지능을 선택하고, 더 나아가 유전자를 조작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오늘 오그랲에서는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유전공학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단돈 800만 원에 IQ 높은 배아 이식해 드립니다
미국에 뉴클리어스 지노믹스와 헤라사이트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두 회사는 체외수정 과정에서 배아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예측치를 제공하고 있어요. 분석 데이터에는 IQ 예측치도 포함되어 있죠. 배아 분석 서비스 가격은 뉴클리어스가 5,999달러이고 헤라사이트에선 최대 5만 달러가 듭니다 뉴클리어스 사이트에 들어가서 배아 분석 서비스를 살펴보면 마치 게임 캐릭터를 확인하는 듯한 인상이 듭니다.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는 이 배아 선택 데이터를 가지고 그려봤습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첫 번째 배아의 정보를 보면 눈은 파란색이고, 머리카락은 짙은 갈색, IQ는 평균보다 3이 높을 거라고 예측되고요 다른 배아는 녹색 눈에 옅은 갈색의 머리카락, 치매 비율은 9% 적다고 예측되는 거죠.
뉴클리어스에선 여드름, 탈모 같은 외형적 정보부터 당뇨, ADHD, 불안 등 900개가 넘는 항목을 예측한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유전자 최적화가 시작되었다'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사용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헤라사이트에서 제공해 주는 서비스도 비슷합니다.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질환, 당뇨, 고혈압 같은 대사질환 같은 질환 예측 정보와 함께 지능 예측치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 두 서비스는 똑똑한 아기를 원하는 실리콘밸리의 일부 고객층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고 있죠. 실리콘밸리에는 자신이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어서 똑똑하고 그래서 사업을 잘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있죠.
일론 머스크는 지구에 지능이 높은 사람이 늘어나야 문명을 지킬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어요. 그래서 자신의 뛰어난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죠. 노력의 방법 중엔 정자 기증도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최소 14명의 자녀를 둔 걸로 알려졌는데, 출산 방식에도 일일이 관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왜냐고요? 자식들의 지능을 높이기 위해서 말이죠.

머스크의 13번째 아이를 낳았다고 주장하는 세인트 클레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론 머스크는 클레어에게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제왕절개가 더 큰 뇌를 가능하게 한다, 즉 지능이 더 높을 거라는 이유에서 말이죠.
일론 머스크는 배아 유전체 분석 서비스도 이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키드라는 기업인데 이 기업의 투자자들을 살펴보면 실리콘밸리의 기술 자본이 꽤 많이 몰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피그마의 창업자인 딜런 필드의 이름도 있고요, 코인베이스의 창업자 브라이언 암스트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구글의 투자를 받았던 유전자 검사 업체인 23andMe의 창립자 앤 워치츠키도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오키드가 아닌 제노믹 프레딕션에 투자했는데, 이 기업 역시 배아 유전체 분석 기업입니다. 참고로 앞서 이야기한 뉴클리어스는 피터 틸의 자본이 들어간 기업입니다.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어디서 많이 보던 인물들이 등장하죠? 실리콘밸리 보수 세력과 유전공학 이야기는 조금 뒤에 더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게요.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렇게 유전 정보를 활용한 IQ 예측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거죠. 미국의 한 통계 유전학자는 유전체를 통한 IQ 예측은 현대판 '뱀 기름'이라며 사기에 가까운 서비스라고 비판을 하기도 했어요.

'뱀 기름'은 의학적 근거 없이 만병통치약으로 마케팅하는 사례를 가리키는 미국식 표현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음이온이나 게르마늄 팔찌를 떠올리면 비슷할 겁니다.
불쑥 다가온 유전공학... 신생아 10명 중 1명은 시험관 아기
사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다양한 유전공학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혈통을 유전자로 확인해 볼 수 있는 키트부터 질병예측 검사까지… 다양한 서비스들을 해 볼 수 있죠. 이런 유전자 검사뿐 아니라 최근 급증한 시험관 아기도 유전공학 발전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 최초의 시험관 아기는 1978년 영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후 반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시험관 아기가 탄생했습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연구진이 추정한 자료를 바탕으로 오그랲 두 번째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1978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에서 태어난 시험관 아기는 최대 1,301만 9,331명으로 추정됩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그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죠. 연구진들은 2019년 이후에도 매년 300만에서 400만 명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나고 있다고 추정했는데, 이 수치까지 합치면 2024년엔 누적치가 최대 1,700만 명까지 늘어납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시술 비용 지원 사업에 힘입어서 매년 시험관 아기가 늘어나고 있어요.

2023년 전체 출생아 23만 명 가운데 난임 시술 지원을 통해 태어난 아기는 모두 2만 6,612명입니다. 2020년엔 전체 출생아의 7% 수준에 그쳤지만 어느새 10%를 넘기고 있어요.
앞서 살펴본 미국 스타트업처럼 사실 우리도 시험관 아기 시술을 진행하는 과정에 배아의 유전적 건강 상태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바로 '착상 전 유전검사'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이 검사를 통해 배아의 염색체 수가 적거나 많지는 않은지, 또 염색체 구조엔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운증후군이나 발달장애 등의 위험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죠.
유전자 검사 역시 유전병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질환을 다 검사할 순 없고 230개의 질환에 대해서만 테스트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이 제약을 넘어서 여드름, 탈모 같은 특성뿐 아니라 지능과 키, 몸무게까지 확장해서 예측했던 거죠.
급성장한 유전자 편집 시장... 자칫하면 선 넘을라
생명의 시작에 인간이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특히 치료 목적이 아닌 유전자 조작은 '선을 넘는다'는 비판을 받죠. 설령 유전병 치료를 위한 시도라 하더라도, 대상이 인간 배아라면 한층 더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왜냐하면 미끄러운 비탈길에 놓여있는 공처럼 첫 시작은 아주 사소한 움직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수준으로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유전공학의 발전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겁니다. 그 영향으로 앞으로 우리가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지점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을 거고요. 특히나 이 발전에 가속 페달을 밟은 건 유전자를 직접 조작하고 편집할 수 있는 CRISPR의 발견이 있습니다. 2012년 6월 사이언스 지에 발표된 논문에는 박테리아가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데 사용하는 CRISPR 시스템을 우리가 유전자 가위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어요.

마치 워드나 한글 문서를 수정하듯이 DNA 서열을 가지고 잘라내기, 붙여 넣기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 세상이 떠들썩했습니다. 논문이 나온 지 10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연구에 참여한 두 학자는 202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유전자 편집 기술이 있었지만, CRISPR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효율이 좋고 정확성이 압도적이었어요. 그 영향으로 유전자 편집 시장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프리세덴스 리서치 자룝니다. 작년에 파악된 유전자 편집 시장 규모는 40억 4천만 달러였습니다. 5년 뒤인 2030년엔 78억 6천 만 달러로 2배 가까이 늘고, 2034년엔 133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문제는 이렇게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미끄러운 비탈길에서 자칫 잘못하면 선을 넘어버리는 위험한 실험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일부 과학자는 인간 배아 유전자를 편집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프랑켄슈타인 박사로 불리는 허젠쿠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허젠쿠이는 2018년 인류 최초로 인간 DNA를 조작한 아기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에이즈 양성인 아빠와 에이즈 음성인 엄마, 이들의 임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하면서 태아의 DNA를 조작해서 에이즈 저항성을 갖추도록 한 겁니다.
이 사건이 밝혀진 직후 과학계는 난리가 났습니다. 중국 과학계뿐 아니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엄청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어요. 중국 정부도 바로 조사에 들어갔고 결국 허젠쿠이는 3년 징역형과 300만 위안 벌금형을 선고받았죠. 3년형을 살고 나온 허젠쿠이는 지금도 배아 유전자 조작 연구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배아 편집에 대한 관심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앞에 언급되었던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자신의 SNS에 배아 유전자 편집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배아 편집 기술 개발팀에 참여할 전문가를 모집하는 홍보글을 올릴 정도로 본격적인 모습입니다.
비싼 생명공학의 한계... 그 사이를 파고드는 정치세력?
일부 과학자들의 일탈이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연구진들은 CRISPR로 치료하기 어려웠던 유전병을 정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최근엔 그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바로 낫 적혈구 증후군 치료제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