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의 중학교 3곳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팩스가 접수돼 학생 1천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SBS 취재진이 현장에서 이 팩스를 입수해서 살펴봤는데요. 자신을 변호사라고 밝힌 협박범은 '이번엔 진짜 폭파하겠다. 빨리 도망가는 게 좋다'며 구체적인 폭파 예고 시간까지 적었습니다.
김태원 기자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어제(26일)저녁 7시 29분, 서울 성동구의 한 중학교가 받은 팩스 메시지입니다.
SBS가 입수한 팩스 전문에는 영어와 한글로 '나는 변호사'라고 적혀 있고, '이번에는 진짜로 폭파하겠다', '여러 곳에 고성능 수제 폭탄을 설치해 두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협박범이 예고한 폭파 시간은 오늘 오후 1시 34분.
오늘 아침에 협박 메시지를 발견한 학교는 다급히 학생들을 대피시켰습니다.
학교 앞에 경찰 통제선이 쳐 있습니다.
혹시 모를 폭발에 대비해 학교의 학생과 선생님 등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대피했습니다.
[송병태/협박 피해 중학교 교장 : 일단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생각을 해서. 학생들 전체를 수업 중단하고 다 내보내고.]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수색한 결과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폭발 예고 시간까지 긴장 상태는 이어졌습니다.
[협박 피해 중학교 학생 : 선생님 한 분이 교실에 들어오셔서 다 집에 가라고 하시고. 너무 무섭고 좀 충격적이었어요.]
서울 성동구와 종로구의 다른 중학교 2곳에도 같은 내용의 협박 팩스가 발송돼 1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업을 포기하고 피신해야 했습니다.
허위 폭발물과 테러 신고로 인한 경찰 출동 건수는 2022년 4천200여 건에서 지난해 5천400여 건으로 2년 만에 28% 증가했습니다.
올해 7월까지 접수된 횟수도 3천여 건에 육박합니다.
조악한 협박 팩스 한 장에도 수많은 행정력이 낭비되는 상황.
경찰은 허위 협박 신고 가능성을 따져서 출동 여부를 가리는 지침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방민주, VJ : 김형진·노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