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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란, 호주내 유대인 겨냥 방화 2건 지휘…이란대사 추방"

호주 "이란, 호주내 유대인 겨냥 방화 2건 지휘…이란대사 추방"
▲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가 현지시간 26일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호주 정부가 국내에서 벌어진 반유대주의 공격의 배후가 이란 정부라고 보고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추방하기로 했습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란 정부가 최소 2건의 호주 내 반유대주의 방화 사건을 지휘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수집했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호주안보정보원(ASIO)은 조사 결과 작년 10월 시드니의 코셔(유대교 율법을 준수하는 식재료) 식품회사에 대한 공격, 12월 멜버른의 유대교 회당에 대한 공격을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앨버니지 총리는 전했습니다.

이들 공격에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는 호주 영토 내에서 외국이 조직한 매우 보기 드물고 위험한 침략 행위"라면서 "사회적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우리 공동체에 불화를 조장하려는 시도였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는 아흐마드 사데기 주호주 이란 대사를 '외교상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하고, 그와 다른 외교관 3명에게 7일 안에 호주 밖으로 나갈 것을 명령했습니다.

앨버니지 총리는 또 테헤란 주재 호주 대사관의 업무를 중단하고 이란 주재 호주 대사 등 자국 외교관들을 제3국으로 안전하게 철수시켰다고 말했습니다.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은 호주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외국 대사를 추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호주 국민에게 이란 여행을 고려하지 말고 현재 이란에 머물고 있으면 지금 당장 이란을 떠나라고 촉구했습니다.

호주 정부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계획입니다.

마이크 버지스 ASIO 원장은 이란 측이 확인된 공격 2건 외에도 추가 공격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관련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호주에서는 2023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이후 유대인 관련 방화, 주택 파손 등 반유대주의적 폭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란 외교부의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적으로 부적절하며 정당하지 못한 행위"라며 "대응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고 이란 국영 뉴스통신 IRNA가 보도했습니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란의 문화와 역사에 반유대주의라는 개념은 자리 잡을 곳이 없다"며 "유대인을 종교적으로 박해한 것은 유럽이었다"고 화살을 돌렸습니다.

그는 또 "이스라엘 점령군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한 것을 두고 최근 호주에서 비난 시위가 열렸다"며 일부 호주 정치인이 이스라엘을 비판한 것을 무마하려고 호주 정부가 이란대사를 추방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한편 최근 가자지구 참상에 자극받은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호주도 다음 달 유엔총회에서 이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이스라엘과 갈등이 깊어졌습니다.

지난 1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총리실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역사는 앨버니지(호주 총리)를 이스라엘을 배신하고 호주의 유대인을 버린 허약한 정치인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앨버니지 총리 앞으로 서한을 보내 호주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추진이 반유대주의를 조장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 정부가 이란을 상대로 제재에 나서면서 호주에 대한 이스라엘 측의 공격이 가라앉을지 주목됩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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