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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뉴스] 한여름 빙판처럼 미끄러웠던 도로…동생은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일 새벽 5시 40분 경.

1차선을 달리던 흰색 SUV 챠량이 갑자기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갓길에 서있는 화물차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SUV 차량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서졌고.

구급 대원들에 의해 사고 차에서 구조된 운전자는 안타깝게도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여느 때처럼 출근길에 나섰던 동생은 그렇게 인사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고 피해자 형 거기는 원래 다니던 길이었던 거예요.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서 얼마나 동생이 무서웠을까 그 상상을 하면 뭐…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전면부가 심하게 구겨진 사고 차량.

차량 내부에는 BB탄 크기의 정체 모를 하얀색 플라스틱 알갱이가 가득하고 길가에도 여전히 많은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쌓여있습니다.

사고 당시 도로 위에는 이 알갱이가 엄청나게 흩어져 있어서 CCTV에도 마치 눈이 쌓인 것처럼 보입니다.

경찰은 당시 커브를 돌던 SUV차량이 이 알갱이들을 밟으면서 순식간에 우측으로 미끄러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지나간 화물차에서 수만 개의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떨어졌고 다른 화물차 운전자가 차를 갓길에 세우고 신고하는 사이 충돌 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고속도로 순찰대 관계자 : 플라스틱 만드는 재료라고 하던데, 알갱이가 좀 큰 포대 같은 데다가 먼저 1차로 알갱이를 넣고 적재함에 묶어서 적재하면 싣고, 천막처럼 큰 거를 덮었는데 그 플라스틱 알갱이가 작으니까 우측으로 쏠렸더라고요. 그게 적재물 떨어뜨린 것 때문에 사고 원인이 발생한 거죠.]

적재물 추락 방지 조치 위반 혐의로 입건된 화물차 운전자는 당시 적재물을 단단히 결박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경력 많은 화물 기사들은 "적재함이 단단히 묶였나 계속 확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화물 트럭 기사 : 원료를 막 빻아놓은 거 아니에요? 맞아요. 그러니까 이것은 처음에는 이만한데 차츰차츰 하다가 자꾸 줄어들잖아요. 이만한 데서 묶어놓은 게 꿀렁꿀렁하면서 자꾸 내려갈 거 아니에요. 그럼 끈이 흘러 흘러갈 거 아닙니까? 그러면 그냥 뒤로 흘러내리는 거예요.]

고속도로에는 위태롭게 적재물을 실은 화물 차량이 어렵지 않게 보입니다.

적재 불량 신고 건수는 매해 수만 건, 단속으로 적발된 차량 또한 수천 건에 달하지만, 인명 피해가 없는 사고에 대해서는 약 5만 원의 범칙금과 벌점 15점만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화물차에서 추락한 적재물이 대형 인명피해로 번지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2021년.

보은의 한 고속도로에서도 트럭에 실려 있던 철제 코일이 낙하해 옆 차량을 덮쳤고, 차에 타고 있던 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화물차 운전자에게 내려진 판결은 1년의 금고형과 2년의 집행유예였습니다.

윤태중 변호사 적재물 추락 사고는 운전자가 의도적으로 사람을 해하려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에 해당해서 고의적인 범죄와는 동일한 잣대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피해 정도에 비해 낮은 형량과 적은 과태료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현행법에서는 차종이나 자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 없이 적재물을 고정해야 한다는 내용만을 담고 있습니다.

[하승우 교수/한국교통안전공단 : 선진국이라든가 외국 쪽에서는 이걸 대부분 윙바디라든가 컨테이너 박스 안에 넣어서 이동하는 형태로 좀 약간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이렇게 탑차가 아니라면 그 정도에 준하는 정도 고정을 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유사한 사고는 또 발생이 된다는 거예요.]

도로 위의 시한폭탄, 적재물 추락 사고.

다른 운전자에 대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사고시 처벌 강화를 통해 선제적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취재: 이강산, 구성: 심우섭, 영상편집: 김나온, 디자인: 육도현, 제작: 모닝와이드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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