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삼삼오오 모여 장기를 두고 구경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탑골공원의 상징적인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내판과 보호구역 표시만 남아 있습니다.
안내판에는 “공원 내 관람 분위기를 저해하는 바둑·장기 등 오락 행위, 흡연, 음주가무, 상거래 행위는 모두 금지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종로구청과 경찰이 최근 탑골공원 유적 보호와 미관 등을 위해 오락 행위를 제한하면서 공원 일대의 풍경이 크게 달라진 겁니다.
[탑골공원 이용자 : 허무하죠. 노인들 장기 두는 자리를 빼앗아서 단속하니까]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 주변 상인들도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공원 주변 상인/장기판 무료 제공 : 장기를 많이 할 때는 20~30명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여해줬죠. 적어도 50~100명이 공원 근처에 모이면 상권도 살리거든요. 근데 (제한되면서) 사람들이 흩어져버렸어요.]
구청 측은 사람들이 모여 단순한 오락과 여흥에 그치지 않고 음주와 싸움 등 사건·사고가 이어졌기 때문에 칼을 빼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종로구청 문화유산과 담당자 : 70~80명 모여서 장기만 두는 게 아니라 술도 마시고 싸움도 벌어지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공원 관리 차원에서 (오락 행위까지) 금지를 한 거죠.]
실제로 탑골공원 일대는 상당기간 음주, 흡연, 노상 방뇨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습니다.
이에 구청은 탑골공원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일대를 국가유산 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여전히 구역 안팎에서는 술을 마시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탑골공원 경비 관계자 : 문화재 보호 구역이라고 해서 그게 커트라인 선 안에서 범죄 행위나 흡연, 노숙 등을 단속 하는거죠.]
구청은 기존 이용자들이 탑골공원 대신 인근 노인복지관 등에서 장기와 바둑을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종로구청 문화유산과 담당자 : 근처에 장기를 두는 인원 2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안내를 해주고 있고]
서울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만 이용할 수 있는 복지관, 벌써부터 노인들로 공간이 가득 차 답답한 모습입니다.
[노인복지센터 이용자 : 불편한 정도가 아니고 지옥 같아요. 탑골공원에서 못하니까. 노인끼리 노는 아지트를 없애버려서 엄청 억울하죠.]
역사 보존과 문화적 권리.
두 이해 관계의 충돌 속에 탑골 공원 폐쇄 논란은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김진수 명예 교수/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 탑골공원이라는 곳이 아주 옛날부터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니까 그런 장소로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입니다. 초고령화 시대에 사회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게 오히려 행정이 도와줘야지 거기서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없애버린다면 그 자체로 행정 만능주의라고 말할 수 있어요]
*해당 콘텐츠는 AI 오디오로 제작되었습니다.
(취재 : 박유정, 구성 : 최강산(인턴), 영상편집 : 김수영,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모닝와이드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