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개혁 추진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 사이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 이어지는데, 여당에서 "추석 전 검찰개혁은 정치적 메시지"라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정치적 메시지'라면…물리적으로 '추석 전 완수'가 안 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오늘 아침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여러 차례 공언해 온 '추석(10월 6일) 전 검찰개혁 입법 완료'에 대해 "정치적인 발언 메시지"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대표가 시기를 못 박아 말씀하신 것은 그만큼 차질 없이 검찰개혁을 진행하겠다는 취지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추석 전 완료라는 것은 그 얼개 그림을 추석 전에 국민들한테 선보이겠다는 취지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당 대표의 말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름의 정치적 해석을 더해 말한 겁니다.
여당 원내수석 "정기국회는 연말까지, 어쨌든 정기국회 안에 입법 완료"

주목할 것은, "추석 전 완료라는 것은 그 얼개 그림을 추석 전에 국민들한테 선보이겠다는 취지"라는 발언입니다. 이 말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한, "그때(추석 전)까지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통령 의견과 같은 말을 한 것은 원내대표단의 입장이 그렇게 정리됐기 때문일 수 있는데, '얼개를 만든다는 것'은 정청래 대표가 수차례 공언해 온 '추석 전 입법 완료'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정 대표의 공약은 "추석 귀향길에 국민이 검찰청 폐지 뉴스를 들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광석화 폭풍 개혁' 구상에 대해, 그간 여권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습니다. 지난 12일 민주당 출신 원로 정치인들이 정청래 대표에게 한 쓴소리가 대표적입니다.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 민주당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
"DJ께서 국민보다 반보 앞서가라고 하셨고, 정치라는 건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니 악마와도 손을 잡으라는 말씀도 하셨다. 방향이 아무리 맞더라도 속도에서 국민 (눈높이) 차원을 봐줘야 한다는 말씀을 상기시켜드리고 싶다." (이용득 전 의원, 민주당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
그 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51.1%를 기록한 지난 18일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대해 구체적인 주문을 하고 나섰습니다.

"민감하고 핵심적인 쟁점 사안의 경우 국민께 충분히 그 내용을 알리는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잘 챙겨달라." (이재명 대통령 18일 국무회의 발언, 정성호 법무장관을 향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와 대통령실을 실무적으로 이끄는 비서실장이 어제 기자 간담회를 했는데, 메시지는 같았습니다.
"큰 대로는 확고히 가지만 국민이 볼 때 졸속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꼼꼼히 가는 것이 좋아 정부·여당 간, 검찰개혁을 주장해 온 각 정당 간 조율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좋겠다." (김민석 국무총리, 19일 기자간담회 발언)
"(대통령의 발언은) 정확하고 확실하고 섬세한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 검찰개혁은 땜질식으로 여러 번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한 번에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 생각."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19일 기자간담회 발언)
검찰의 수사 권한을 배제하고 기소 권한만 갖게 한다는 큰 골격에 이견은 없지만, 일단 만들어놓고 고쳐 가는 방식으로는 접근하지 말자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주문한 '공론화 과정'을 통한 의견 수렴은 결국 입법 부작용을 잘 따져 제도 변경에 꼼꼼히 반영하자는 것입니다. 기소를 담당할 공소청은 법무부 소속이 되겠지만, 수사를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을 어디에 둘지도 권력 분산 측면에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검수완박 이후에 경찰에 사건 처리가 몰리면서 일반 시민들이 관련된 사건의 처리 속도가 현격히 떨어져 큰 불편을 끼치고 있는 점도 차제에 들여다보고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습니다.
속도 조절 아니라지만…공론화 거치면 일정 변경 불가피
그렇게 되면, 목표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다 해도, 속도는 조절될 수밖에 없습니다. 속도는 단위 시간 안에 얼마나 움직였는가로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모가 되는 '단위 시간' 즉 기간이 늘어나면, 속도는 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인위적으로 속도를 조절하지는 않겠다는 뜻에서 '속도 조절은 아니'라고 받아들일 여지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속도가 낮아지는 것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과반 의석으로 밀어붙인 '4대 개혁 입법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