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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에 기본소득 주니 노동 줄이고 여가 늘려"

"저소득층에 기본소득 주니 노동 줄이고 여가 늘려"
▲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

저소득층에 기본소득을 제공할 경우 노동시장 참여율이 소폭 감소하는 대신 여가 시간이 대폭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에바 비발트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20일 오전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셋째 날 행사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기본소득 실험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연구진은 미국 두개 주(州)에서 저소득층 1천 명에게 3년 동안 매달 조건 없이 1천 달러를 지급하고, 대조군 2천 명에게는 매달 50달러만 지급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실험 대상 저소득층의 총소득은 대조군 대비 연간 약 2천 달러 감소했고, 노동시장 참여율은 3.9%포인트(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주당 근로 시간을 1~2시간씩 줄였고, 그 배우자도 비슷한 수준으로 근로 시간을 단축했습니다.

대신 여가 시간을 대폭 늘린 점이 두드러졌습니다.

아울러 고용의 질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고, 교육 투자나 삶의 질 개선 효과도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노동 공급 감소 효과를 확인했지만, 다른 생산적 활동으로 대체되는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기본소득이 노동 공급에 미치는 영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같은 세션에서 이정민 서울대 교수 등은 '서울 디딤돌 소득' 시범사업의 단기 효과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사업은 저소득 가구에 월 소득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재산 3억 2천600만 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 일정분을 채워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소득 지원을 받은 가구의 총소득과 소비 지출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고용과 노동소득 증가율은 낮아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소득 지원이 정신 건강 개선 효과로 이어져 사회적 안전망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이밖에 임란 라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 등은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에서 이뤄진 현금 지원 사업을 연구한 논문을 소개했습니다.

현지 농촌 1만 5천 가구에 620달러 상당의 일회성 자산이나 동일 규모의 조건 없는 현금을 제공한 뒤 주민들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수혜 가구는 경제적 이익을 얻고 마을 내 불평등도 줄었으나, 주민들의 인식 변화는 크지 않았고, 재분배에 대한 태도나 정치적 성향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빈곤 완화 정책이 경제 현실을 바꿀 수 있지만, 사회적 인식 전환은 더딜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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