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영 내란 특검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팀은 오늘(19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과 관련해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지영 특검보는 오늘 브리핑에서 "헌재가 사건을 판단할 때는 증거가 수집되지 않은 상태였고,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가 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앞서 헌재는 지난 3월 한 전 총리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다는 국회의 소추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한 총리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불과 2시간 전 무렵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게 되었을 뿐 그 이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선포를 건의하거나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특검보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헌재 결정이 난 이후로 특검이 출발했고, 관련 자료 등 많은 부분에서 증거가 추가로 수집됐다"며 "검토를 더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검팀 출범 이후 관련 수사를 통해 증거가 확보된 만큼, 한 전 총리의 계엄 공모·가담 혐의에 대한 법률적 판단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박 특검보는 한 전 총리를 내란 행위에 공범으로 볼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경위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 등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계엄 당일 "비상계엄을 하려고 한다"는 윤 전 대통령 말을 듣고 만류했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해 "다른 국무위원들의 말도 들어보시라"고 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를 비롯해 이미 대통령실에 와 있던 국무위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13명의 국무위원 중 임의로 선정한 6명에게만 대통령실로 오라고 지시했고, 국무회의 정족수 11명이 채워지자 2분간 일방적으로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계엄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국무회의 소집을 한 것으로 의심합니다.
박 특검보는 "헌재에서 나온 판결례에 비춰보면, 국무회의 소집 관련 건의를 왜 했는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것과 관련해서는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부작위'를 형사 책임의 대상으로 볼지, 아니면 본인의 적극적인 행위가 있었다고 볼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특검팀은 오늘 오전 9시 30분부터 한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입니다.
한 전 총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특검팀이 준비한 질문에 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혹 내용이 방대한 만큼, 조사는 오늘 밤늦게 끝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검팀이 조사 이후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 특검보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은 조사가 끝나봐야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