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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님 보고 계시죠" K-컬처 글로벌 장악으로 벌어진 일 [스프]

[트렌드 언박싱] K-컬처, 글로벌 벤처 생태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글 : 장문경 가천대 부교수)

케데헌
김구 선생께서 바라셨던 문화 강국의 꿈이 현실이 된 오늘날, K-컬처는 이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 벤처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거대한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K-pop, K-드라마, K-영화로 대표되는 한류(Hallyu)는 이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강력한 문화적 자산이 되었고, 이는 곧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과 파생 효과
그 시작은 한국 대중문화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그해 유튜브 역사상 최초로 조회수 10억 뷰를 돌파하며 기네스북에 올랐고,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Hot 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차지하며 한국 가수의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17년, 방탄소년단(BTS)의 'DNA'가 한국 그룹 최초로 빌보드 'Hot 100'에 진입하며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DNA' 뮤직비디오는 공개 8시간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K-컬처가 더 이상 아시아에 국한된 현상이 아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주류 문화로 당당히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BTS DNA

K-컬처의 영향력은 콘텐츠 자체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콘텐츠 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며 다른 산업으로 파생 효과(Spillover effect)를 일으키는 것이 K-컬처의 진정한 힘이다. 장문경 등(2024)의 연구에 따르면, K-pop 팬덤의 영향력이 K-드라마의 인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강력한 팬덤이 '문화적 선교사' 역할을 하며 다른 분야의 콘텐츠 소비를 유도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흥행 이후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좋아지고 관광, 미용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긍정적인 경제 효과가 발생한 것은 K-콘텐츠가 미치는 파급력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정대현, 2023; 장문경, & 이새롬, 2024).

이러한 영향력은 이제 한국이 직접 제작하지 않은 콘텐츠에까지 미치고 있다. 올해 넷플릭스가 배급한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영화는 공개 이후 7월 말부터 미국 유튜브 사용자들의 관심도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속 걸그룹 HUNTR/X가 부른 영화 OST 'Golden'은 영국 싱글 차트에서 1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Hot 100'에서 2위까지 오르며 'Golden Challenge'라는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케데헌'의 기획은 한국계 감독 매기 강이 자신의 문화적 유산을 담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으며, 제작에는 블랙핑크의 프로듀서 테디,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작곡가 등 한국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제작 주체는 미국 기업인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었고, 성우진 또한 주로 한국계 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국 밖에서 기획 및 제작된 최초의 완전한 규모의 K-pop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한국이 'K-컬처 소비국'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이혁기, 2024).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 문화 산업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핵심적인 가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케데헌'의 성공은 넷플릭스만 수혜를 입었던 '오징어 게임' 흥행 때와 달리, 훨씬 더 큰 경제적 파생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굿즈가 출시되자마자 완판되고 '사자 보이즈' 티셔츠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Choi & Yu, 2025), 더 나아가 국내 증시가 '케데헌' 열풍의 낙수 효과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정제원, 2025). 이는 한국이 직접 제작하지 않은 콘텐츠에서도 한국의 문화, 패션, 음악이 세계적인 흥행작의 중심에 있다면, 제작 주체가 어디든 한국은 반드시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K-컬처 기반 글로벌 벤처 기업 사례
이러한 K-컬처의 성공은 새로운 벤처 생태계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적인 동력이 되고 있으며, 특히 기술 기반 K-콘텐츠 스타트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K-콘텐츠 기업들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하고, AI 기반 콘텐츠 제작 기술을 활용하는 등 기술 혁신에 적극적이다.

1. 메이크스타 : 글로벌 팬덤을 연결하는 엔터테크 플랫폼

메이크스타(MAKESTAR)는 K-컬처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한 혁신적인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 단순히 앨범이나 굿즈를 판매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독특한 모델로 팬들이 아티스트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실물 앨범과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한 친환경 '포카앨범'을 개발해 팬들에게 사인회 응모권 등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며 팬심을 사로잡고 있다.

메이크스타의 강점은 글로벌 팬덤을 연결하는 데 있다. 전 세계 230여 개국에서 이용자가 유입되며 해외 매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팬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메이크스타는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엔터테크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AI와 ICT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중소 엔터테인먼트사의 해외 진출을 돕고, K-팝뿐만 아니라 배우, 드라마, 영화 등 K-컬처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글로벌 보이그룹 오디션을 개최하며 신인을 발굴, 육성하는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시작해 콘텐츠 생산자로의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메이크스타는 K-팝의 강력한 팬덤을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창출하며, 한국 벤처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 블래스트 : 팬덤 공동체와 기술 혁신의 만남

K-컬처와 벤처 기업의 혁신적인 결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블래스트(VLAST)이다. MBC 사내 벤처로 시작해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이 기업은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의 소속사이다. 블래스트의 성공은 단순히 아티스트를 키워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팬덤의 커뮤니티 문화와 벤처기업의 기술을 성공적으로 결합하여, 기존 엔터테인먼트 모델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플레이브

블래스트는 자체 개발한 '모션 캡처 시스템'과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활용하여 고품질의 3D 버추얼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구현한다. 이 기술 덕분에 플레이브 멤버들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라이브 방송과 안무 챌린지 등을 통해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표정을 보여주며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버추얼 IP'가 될 수 있었다. 플레이브가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음악 방송 1위에 오르는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두면서, 블래스트는 팬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기술력과 콘텐츠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이는 팬덤이라는 강력한 사회적 자본이 벤처기업의 혁신 기술과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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