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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포르노'로 변질된 후원…"내년에 16살 여친 보러 갈 것"

그알
필리핀 빈민 아동 후원 방송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미라클 베이비와 스폰서 - 필리핀 유튜버 아동 성폭력 사건'이라는 부제로 필리핀 빈곤 아동 후원 채널에 대해 추적했다.

지난 2023년부터 필리핀의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며 후원 방송을 했던 쉰다섯 살의 정 씨. 정 씨의 채널은 국내에서 꽤 유명세를 타며 많은 후원자들을 모았다.

그런데 지난 6월, 정 씨가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정 씨가 자신의 후원 방송에 자주 출연했던 14세 여아 마리아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것. 이에 미성년 아동에 대한 성폭력 의혹으로 체포된 것이다.

마리아와 자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향해 미라클 베이비라 부르며 자신은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당당했던 정 씨. 그는 필리핀 법상 마리아의 연령이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종교인 출신의 시민 운동가로 활동한 바 있다. 그랬던 그는 이성을 만나기 위해 필리핀행을 결심했다고.

필리핀 빈민 아동 후원 방송이 주요 콘텐츠였던 정 씨의 채널. 하지만 시작은 필리핀의 젊은 여성들과 친분을 만드는 것이 대부분의 영상이었다.

이후 그는 누군가의 제안으로 빈민 아동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며 후원 방송을 시작했던 것.

정 씨는 가장 가난한 동네를 찾아가 자리를 잡고 자신의 공부방에서 매일 10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밥을 나눠주며 꾸준히 성장했다. 그리고 그의 후원 방송에는 거액의 후원금이 오가며 아이들에게 직접 후원이 진행됐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 과거 정 씨 채널에서 후원을 했다는 제보자는 "이건 정 씨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문제가 훨씬 심하다"라고 말을 해 눈길을 끌었다. 후원 채널과 후원 방송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

여자 아이들을 모으고 밥을 주고 용돈을 주는 것이 기본 콘텐츠의 틀. 그리고 아이들은 후원자들의 닉네임을 언급하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다. 또한 때때로 아이들은 후원자들의 요구에 따라 춤을 추고 노래했다.

제작진은 앞서 마리아와 마리아의 가족들을 만났다. 참담한 심경의 마리아 어머니, 그런데 마리아는 정 씨가 감옥에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사실 마리아의 언니는 정 씨의 범행을 눈치채고 동생이 임신을 하게 될까 봐 지난해 이미 경찰에 신고한 바 있다고. 정 씨가 마리아를 무릎에 앉힌 사진과 마리아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대화를 경찰에 제보했지만 경찰은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정 씨 채널의 첫 번째 현지 스태프였던 마리아의 언니는 "월급 받은 대가를 동생이 지불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가슴 아파했다.

정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자 한 제작진, 그러나 정 씨는 접견을 거절했다. 대신 그가 여전히 혐의를 부인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후원 방송의 후원자들은 후원 채널과 후원자들이 정 씨를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보자는 "정 씨가 후원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는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후원 방송을 시작하고 후원자들의 돈으로 아이들에게 돈을 주고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는 대단한 사람이 됐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거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정 씨에게 성추행을 당해도 주변에 알리거나 공부방을 관두지 못했던 아이들. 그리고 현지 경찰 또한 정 씨의 영향력을 알고 그를 선량한 자선가라고 생각해 마리아 언니의 신고도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10개 이상의 필리핀 빈민 아동들의 후원 채널이 운영 중. 그리고 후원자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한국 남성들이라는 것. 또한 후원자들은 매달 천만 원 이상을 후원하며 이미 수억 원을 후원한 이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제보자들은 중장년층에게 과거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빈민가의 풍경과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후원 채널에 후원자들이 모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런데 더 이상 후원재널이 아니다. 본성들이 나오는 거다. 사명감 이런 거 전혀 없다. 돈만 따져서 움직인다. 애들을 이용해서 자기들 돈벌이에만 급급한 거다"라며 "빈곤 포르노"라고 지적했다.

후원 채널이 채널 운영자의 돈벌이 수단이자 빈곤 포르노로 전락했다는 것. 이에 한 채널을 운영 중인 운영자는 "부정할 수 없다"라며 98%가 60대 이상 한국남자로 구성된 후원자들이 여자 아이들에게만 돈을 주기 때문에 여자 아이들만 모으고 여자 아이들에게 춤과 노래를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후원 방송 중 아이들을 향해 성희롱을 일삼는 채팅이나 댓글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후원자들은 후원 아동들의 남자관계까지 관여했고 이에 한 아이는 남자 친구를 만든 것에 대해 후원자들과 채널 운영자에게 사과문을 작성해 발표하기까지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쉽게 아이들을 만날 수 있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능한 후원 채널. 이에 한 제보자는 한 채널 운영자가 후원자들에게 성접대성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후원 채널의 운영자들이 후원 방송 채널뿐만 아니라 노래방 채널을 운영하며 소위 엔터라는 여성들을 등장시켜 실시간 후원을 진행한다며 "노래방 채널에서도 한 달 최소 4, 5천만 원을 벌어들인다"라고 후원 채널의 퇴색된 의도를 지적했다.

이에 제작진은 후원 채널과 노래방 채널을 동시에 운영 중인 운영자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은 그저 유투버라며 수익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성접대 제안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또한 운영자가 아닌 후원자들이 위험하다며 "한 후원자가 후원 아동과 영상통화를 하는 중 바지를 벗고 음란행위를 했고 이 장면을 어머니가 목격했다"라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이는 후원자의 개인적 일탈일 뿐 운영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제작진은 취재 중 13살의 필리핀 빈민 아동 에인절을 만난 후 매달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는 50대 남성에 대한 제보를 입수했다. 특히 그가 운영자의 알선으로 아이와 이미 성관계까지 가졌다는 충격적인 글이 게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해당 채널 운영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또한 후원자의 일탈이라는 것. 제작진은 에인절이라는 아동을 직접 만나 남자에 대해 물었다.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하며 매달 돈을 보내고 있다는 50대 남성 최 씨. 에인절은 최 씨가 내년 5월에 필리핀에 오기로 했다며 함께 유튜브를 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진은 최 씨도 직접 만났다. 그는 채널 운영자 박 씨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필리핀에 갔다며 자신은 아이가 예쁘고 걱정돼서 후원금을 보낼 뿐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보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달 부업까지 한다는 것. 이에 월 소득 300만 원 중 200만 원을 에인절에게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 씨는 제작진의 거듭된 질문에 "나중에 결혼하자는 약속을 하긴 했다"라며 "자기가 여자친구를 할 수 있다 하더라. 내년에는 16살이라 괜찮다. 그래서 내년에 가기로 했다. 정 씨도 지금은 감옥에 갔지만 몇 년만 더 지났으면 죄가 안 된다"라고 말해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전문가들에게 후원 채널과 후원 방송을 보여주었다. 이에 전문가는 "일종의 그루밍 범죄의 시초가 될 수 있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일대일 연락을 차단해서 후원의 의도를 변질되지 않게 해야 한다. 아이들은 후원자들의 의도를 구분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후원채널은 국제 NGO 원칙상 하지 말라는 것만 다 골라서 하고 있다. 현금을 차등적으로 살포하고 있다. 진정한 후원은 지금 당장 보이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주는 게 아니고 그 아이의 10년 20년 후를 보면서 지금 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 두 명이 실수한 건데 할 게 아니라 후원하는 방식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성찰해 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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