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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기리는데…오히려 우리에게 잊힌 이들

<앵커>

광복이 있기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수많은 항일 투쟁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조선의용대 활동입니다. 중국 정부도 기리는 이들의 업적을,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이념 갈등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는데요.

이들의 항일 투쟁사 현장을 베이징 한상우 특파원이 돌아봤습니다.

<기자>

중국 베이징 남서쪽 300km 거리 타이항산 자락 황북평촌.

산 중턱에 손일봉, 최철호, 이정순, 박철동 네 분의 의사가 모셔져 있습니다.

묘 앞에는 누군가 한잔 술을 올린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1941년 12월 12일, 밀정의 신고로 거처가 노출되면서 일본군 300여 명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이들은 동료의 퇴로를 확보하며 싸우다 전사했습니다.

당시 중국 국민당군과 공산당군 모두 이들의 전사를 안타까워할 정도였고 중국 정부는 지금도 이들의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200km 거리에는 조선의용대의 또 다른 역사가 남아 있습니다.

당시 조선의용대가 주둔하며 생활했던 옛터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풀이 무성하지만 건물 곳곳의 공간은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1941년부터 2년 넘게 일본군에 맞섰던 기록과 당시 무기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강용선/타이항산 유적지 안내원 : 조선인이, 외국사람들이 와서 중국 사람들과 함께 일본군과 싸웠으니까, 그걸 아직도 보존하고 있는 거죠. 높이 평가하고 있죠.]

타이항산 인근만 해도 항일 유적이 13곳이나 되고, 중국 전역에는 374곳이 남아 있습니다.

항일 무장 투쟁 중 전사한 열사를 기리는 기념관 주변에는 이렇게 무궁화 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습니다.

일제에 대항에 싸웠던 역사를 한국과 함께 기억하겠다는 의미입니다.

1938년 김원봉 선생이 만든 조선의용대는 5년 뒤 일부는 민족계열인 광복군에 편입되고, 일부는 조선의용군으로 이름을 바꿔 중국 공산당 팔로군과 함께 항일투쟁을 벌입니다.

이런 이념적인 배경 때문에 이들의 활동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외면받아 왔습니다.

광복 80년, 더 늦기 전에 독립을 위한 이들의 희생을 진지하게 평가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최덕현, 영상편집 : 김종미, 디자인 :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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