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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안공항 참사③ NTSB 전 위원장이 말하는 '독립된 조사'의 조건

[취재파일] 무안공항 참사③ NTSB 전 위원장이 말하는 '독립된 조사'의 조건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조사 중인 국토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예정했던 조사 결과 발표를 유족 반발로 돌연 취소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족들의 반발과 이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사고 조사 기관의 '독립성'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진은 이번 참사 취재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받는 항공사고 조사 기관으로 꼽히는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전 위원장과 전직 조사관들을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사고 원인을 섣불리 분석하거나 추정하기보다, NTSB의 사고 조사 원칙과 절차, 그리고 조사 기관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확보해왔는지 들어봤습니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NTSB 위원장을 역임한 크리스토퍼 하트(Christopher A. Hart) 씨로, 재임 기간 동안 정치,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된 조사 원칙을 강조해 온 인물입니다.
 

크리스토퍼 하트(Christopher A. Hart)는 누구인가

크리스토퍼 하트
크리스토퍼 하트 NTSB 전 위원장은 프린스턴 대학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이자, 상업용 조종사 자격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1990~1993년 NTSB 위원을 지낸 뒤 FAA(연방항공청)와 NHTSA(국립고속도로교통안전국) 등에서 안전 정책을 총괄했으며 2009년 복귀해 NTSB 부위원장을 거쳐 2015~2017년 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퇴임 후에는 737 MAX 추락 사고 이후 FAA의 인증 절차를 다시 점검하는 국제 검토팀(JATR)을 이끌었으며, 이후에도 각국 정부와 기업에 항공·교통 안전 전략을 자문하고 있습니다.

"조사 대상과 이해관계 없어야…결론 편향 가능성"

크리스토퍼 하트와의 인터뷰
Q. NTSB 위원장 재임 기간 동안 꾸준히 정치, 외부 압력으로부터의 독립된 조사 원칙을 강조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조사 기관이 국토부 산하에 소속돼 있어, 참사 이후 지속적으로 '셀프 조사'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항공 사고 조사에 있어 독립성과 객관성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어떻게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까요?

A. 미국에서는 이를 "having no dog in the fight"라는 관용어로 표현하는데요. 특정 사건에 이해관계가 없는 상태로 어느 편에도 설 이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사고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이해관계자, 예컨대 제조사나 조종사 노조, 공항 등이 조사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조사 기관은 사고 당사자들과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어야 하고, 이것이 바로 독립성의 핵심입니다.

NTSB는 규제 기관(FAA)의 일부가 아니며, 정부 기관이긴 하지만 사고 관련 이해 당사자는 아닙니다. 미국 의회는 이를 인식하고 1967년 교통부(DOT)를 설립하면서 NTSB를 그 산하에 두었다가, 7년 후인 1974년에 완전히 독립시켰습니다. 조사관들이 작성한 안전 권고 대부분이 바로 그 상급 기관인 규제 기관으로 가게 되니, 이건 좀 어색한 구조였던 거죠. 조사 기관이 조사 대상과 어떤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 그 결론이나 권고안은 그 사실에 의해 편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NTSB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 당연히 편향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지만, NTSB가 매우 높은 신뢰를 받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그 독립성이 NTSB를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관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NTSB는 각종 영향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도록 몇 가지 법적 장치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일 책임자가 아닌 5인의 위원(멤버)이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며, 이들은 대부분의 정치 임명직과 달리 '대통령이 원할 때까지'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5년 임기를 채우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NTSB 위원들은 단순한 정치적 불일치로 인해 해임될 수 없고, 오직 임기가 만료될 때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우리가 중시하는 건 결론이 아닌 사실"

크리스토퍼 하트
Q. 미국에서는 NTSB가 최종 보고서 이전에도 FAA에 안전 권고를 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초기 단계 권고가 자주 이루어지나요?

A. 대부분의 NTSB 조사는 1년 이상 소요되며 매우 철저합니다. 현장 조사뿐 아니라 운항 방식, 정비, 훈련, 채용 등 조직 전체의 운영 전반을 들여다봅니다. 이 과정에서 급히 조치가 필요한 사안이 발견되면, 최종 보고서를 기다리지 않고 즉시 안전 권고를 발표합니다. 또한 투명성을 중시하여, 확인된 사실은 가능한 한 빨리 공개하려고 합니다. 단, 추후 번복이 필요할 수 있는 불확실한 정보는 최대한 자제합니다. 우리가 중시하는 건 결론이 아닌 사실(facts, not conclusions)의 신속한 공유입니다.

Q. 한국 사고조사위원회가 중점적으로 살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예비 보고서 외에 이번 사고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진 않습니다. 미국은 관련 기체(보잉)의 제조국으로서 공식적인 참가자 자격으로 조사에 참여하고 있지만, 주도권은 한국 측에 있습니다. NTSB는 공공 발표를 하지 않으며, 조사 주체가 아닌 경우에는 모든 미디어 대응을 해당국 조사위원회에 맡깁니다.

"활주로 주변 구조물, 반드시 쉽게 파손돼야"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로 파손된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
Q. 이번 사고에서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 즉 로컬라이저 시설이 국제 기준을 위반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요. 국토부는 규정 위반은 아니라며 그 근거를 국내 고시나 국제 규정이 아닌 FAA 규정, '활주로안전구역(Runway Safety Area·RSA) 끝 ' 너머(beyond)'라는 표현에서 찾아 제시했습니다. 이런 규정 해석을 국제 기준 관점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A.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항공기의 경로 상에 구조물이 있을 경우, 그것이 얼마나 쉽게 파손될 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파손이 어려운 구조물은 항공기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으니까요. 다만 이 사고의 세부 사항은 제가 충분히 알고 있지 않아 정확한 판단은 어렵습니다. NTSB 역시 조사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원칙으로는, 활주로 주변 구조물은 반드시 쉽게 파손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Q.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A.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NTSB에서 근무했던 시간은 제게 큰 자부심입니다. 우리가 제안한 권고안들이 실제로 안전 향상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여전히 그들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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