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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경관보전지역인데 왜…'북적' 물놀이객에 몸살

<앵커>

경북 울진에 있는 왕피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입니다. 뛰어난 자연경관에, 다양한 생물들도 살고 있는 만큼 국가가 관리하고 지켜야 하는 이곳이, 요즘 주말마다 관광객들의 물놀이장으로 변해버렸다고 합니다.

홍승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계곡에서 물놀이가 한창입니다.

인근엔 돗자리를 폈고, 스노클링 장비까지 동원해 헤엄치는 이들도 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인 경북 울진의 왕피천입니다.

보전 구역 안에 있는 계곡입니다.

주말과 휴일이면 이곳을 찾는 피서객으로 붐비지만, 보시다시피 수영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연어와 은어가 함께 회귀하는 곳으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20년 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숨겨진 명소로 알려지면서, 피서객들이 몰리고 있는 겁니다.

앞서 지난해 환경부 예산이 삭감돼 100명에 가깝던 환경 감시인이 모두 철수했고, 내부로 들어가려고 예약한 이들의 명단과 차량 번호를 확인하던 감시초소 8곳도 모두 문이 닫힌 상태입니다.

왕피천 불법행위 계도 실적은 2023년에는 92건에 달했지만, 환경감시원이 철수한 지난해에는 단 1건도 없었습니다.

[주낙규/전 왕피천 환경감시원 : 지키는 사람 없으면 그냥 아무나 막 들어가서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거지. 우리가 (감시)할 때는 다슬기 길이가 굉장히 길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도 없을걸요. 다 주워가버리고.]

녹색연합은 최대 생태경관보전지역이 사실상 방치되면서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김원호/녹색연합 자원생태팀 활동가 : 탐방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 탐방로 주변이 훼손되는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고요.]

환경부는 현재 직원 5명이 왕피천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의도 면적의 23배가 넘어 역부족인 상황.

무분별한 관광객 유입에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화면제공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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