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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7일, 하루 13시간 '살인 노동'을 하는 곳이 있다면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해외 북한 노동자 강제노동의 결과물, 한국 매장까지 유통

N코리아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해 7시 30분까지 세수 및 식사, 오전 8시까지 작업 준비를 마친 뒤 8시부터 낮 12시까지 오전 작업, 이후 1시간 동안 점심을 먹은 뒤 낮 1시부터 밤 10시까지 오후 작업, 오후 작업이 끝난 밤 10시에서야 저녁을 먹고 밤 10시 30분 취침, 그리고 다음 날은 또 이와 똑같은 일상의 반복. 매일 13시간씩 이렇게 살인적인 노동을 하는 곳이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만약,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시키는 곳이 있다면 노동 착취의 극악한 사례로 난리가 날 겁니다. 당장 사업주는 관련 법규 위반으로 조사와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고, 언론들이 떠들썩하게 이 사건을 다룰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곳이 실제로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아닙니다.

이상의 일과는 중국 수산물 가공공장에 파견돼 일하는 북한 노동자가 자신의 하루 일과를 설명한 내용입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중국 내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한 적이 있는 북한 노동자들과 이들을 관리감독한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들 가운데 한 노동자가 위에서 설명한 시간표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 증언한 것입니다.
'데일리NK'가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의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

다른 북한 노동자들의 경우도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조사대상 응답자 가운데 하루 평균 12시간 일을 한다고 답한 사람이 12명, 하루 평균 13시간 일을 한다고 답한 사람이 3명이었고, 4명의 북한 노동자는 하루 평균 14시간을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1명은 하루 평균 12∼14시간을 일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1주일에 며칠을 일하냐고 물었더니, 1주일 내내 즉 '주 7일'을 일한다고 답한 사람이 13명, '주 6일'을 일한다고 답한 사람이 6명이었고, 나머지 1명은 '주 5∼6일'을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잠자고 밥 먹는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 휴식도 없이 하루 종일 작업장을 떠나지 못하는 '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노예 노동에 시달리는 해외 북한 노동자들
이들이 이렇게 노예 노동에 시달리는 이유는 자유가 속박된 채 북한 관리자에게 철저히 예속돼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공장에 파견되면 여권이나 여행증명서 같은 개인 신분증을 공장의 북한 관리자에게 빼앗깁니다. 숙소는 공장 내부에 위치해 있고 보통 6명이 한 방을 사용하는데 복도에서는 감시원들이 교대로 24시간 감시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바깥에 나갈 수도 없습니다. 철저한 집단생활 속에서 정해진 시간에 방에서 나와 작업장과 숙소만을 왔다갔다해야 하는 사실상 감금 상태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북한 관리자에게 밉보이면 강제 귀국을 각오해야 하는데, 북한 노동자들에게 귀국은 곧 처벌과 다름없습니다. 해외로 나가기 힘든 북한에서 중국 공장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해외 노동자 선발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을 동원해야 하는데,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대개는 빚을 지는 경우도 많아서 돈을 벌지 못한 채 귀국한다는 것은 본인에게나 가족에게나 엄청난 부담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순종하며 열심히 일한다고 임금 제대로 받는 것도 아냐
관리자에 순종하며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임금을 제대로 받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 공장에 취업해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습니다. 중국 공장은 임금을 북한이 지정한 계좌로 일괄 송금합니다. 북한 관리자들은 여기에서 '국가계획' '충성자금' '애국기부금' '기념일과제' 등의 명목으로 상당 부분을 떼어내고 일부만을 노동자 개인에게 분배합니다. 북한 관리자들은 데일리NK에 수익의 대부분은 북한 상부로 송금된다고 증언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실제로 받는 임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사례별로 다르겠으나,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의 20% 안팎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나마 이런 임금도 꾸준히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임금을 얼마라도 받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해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막대한 뇌물을 쓰고 해외로 나갔지만 정작 제대로 돈도 벌지 못하는 신세인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북한 관리자들에게 철저히 예속되면서, 북한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성범죄도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적 농담이나 접촉은 다반사고, 때로는 성폭행을 당해도 강제 귀국이나 열악한 작업장으로의 배치 등이 무서워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북한 노동자 강제노동의 결과물, 한국 매장까지 유통
한 가지 더 주목해 볼 부분은 이렇게 생산된 중국 수산물이 우리 매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데일리NK는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노동과 착취의 결과로 생산된 중국 수산물이 단순히 '중국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로 수출되고 있으며, 이러한 수산물들이 대형마트와 수산시장 등에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극악한 인권침해의 결과물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녹아들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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