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너무 더우니 태양 좀 가려볼게…'태양 가리기' 프로젝트, 지구를 구할까 끝낼까? [스프]

[오그랲]

오그랲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잡니다. 올여름, 정말 덥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죠. 비가 오더라도 더운 기운은 가시지 않고 푹푹 찌는 날씨가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데요. 지금 여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경고가 현실이 되는 것 같아 두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태양을 가려버리면 어떨까?"

오늘 오그랲에서는 끓어오르는 지구를 식히기 위한 과학자들의 위험하지만 어쩌면 매혹적인 도전인 '지구공학' 이야기를 5가지 그래프로 살펴보겠습니다.


끓어오르는 한반도... 이게 진짜 여름 맞나요?
밖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7월 날씨는 '폭염'의 연속이었습니다. 입추가 지나긴 했지만 한낮에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죠. 기상청에서는 최고기온이 33도가 넘으면 '폭염'으로 분류하는데, 실제로 점점 폭염일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1973년부터 2025년까지 여름철의 폭염일수를 그려봤습니다. 일단 최악의 폭염으로 기억되는 1994년과 2018년의 데이터가 눈에 띄죠. 2018년이 전국 평균 폭염일수 31.0일로 역대 1위고요, 1994년이 28.5일로 2위입니다.

흐름을 보면 알겠지만, 점점 폭염일수가 우상향 합니다. 연대별로 끊어 보더라도 그 평균치는 증가하고 있죠. 1970년대 폭염일수는 평균 9.1일이었는데, 2010년대엔 14.0일, 2020년대엔 14.4일로 크게 늘었어요.

낮에만 덥냐, 그것도 아닙니다. 더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면서, 이제는 열대야 없는 여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여름밤은 더운 게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저녁과 밤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열대야로 분류되는데, 지난 7월 서울의 밤은 한 달 중 23일이 열대야였습니다. 이 기록은 서울의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최다 기록이죠.

지난 7월 열대야는 지역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남쪽의 서귀포에서도, 또 동쪽의 강릉에서도 열대야는 기승을 부렸어요. 올해 서귀포의 7월은 31일 중 27일이 열대야였고요, 강릉에선 밤 기온이 30도 넘게 유지되는 '초열대야'가 4번이나 관측될 정도였죠.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응급실을 찾아온 온열질환자 규모도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일찍부터 더위가 찾아오면서, 질병관리청에서도 평년보다 빠르게 온열질환감시체계를 운영했어요. 오그랲 두 번째 그래프를 통해 올해 온열질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8월 5일까지 전국 응급실에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총 3,306명입니다. 최근 5년 사이의 환자 규모와 비교해 보면, 작년과는 1.8배, 2021년에 비해선 2.9배 급증한 모습이죠.

2025년 온열질환자 규모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폭염이었던 2018년과 비견될 정도입니다. 같은 기간 2018년의 온열질환자는 모두 3,329명이었고, 39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 규모는 올해가 20명으로 더 적어서 다행이지만, 총 온열질환자 규모는 2018년과 큰 차이가 없어요.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대화... 여전히 줄지 않은 탄소 배출
이렇게 뜨거워진 날씨가 우리나라만 겪는 건 아니겠죠. 우리가 느끼는 폭염은 전 지구에 닥친 기후 위기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NASA가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2024년은 1880년 이래 가장 더운 해였어요. 20세기 평균 기온과 비교하면 1.28도나 높았습니다.

이 평균 기온과 비교해서 지난해 지구가 얼마나 더웠는지를 그려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온 세상이 빨갛죠. 유럽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에선 작년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1.6도 더 높았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최후의 마지노선이었던 1.5도 선이 처음으로 뚫린 겁니다. 하루하루를 산업화 이전 평균 온도와 비교해 보면 작년 366일은 모든 날이 1.25도 높았고, 그중 4분의 3은 1.5도 넘게 뜨거웠습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작년 한 해 1.5도를 넘긴 날은 모두 277일입니다. 재작년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급격한 증가세인데요, 2023년도 1년 내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도 넘게 더웠지만, 1.5도 넘게 뜨거워진 날은 175일뿐이었습니다.

지난 2023년,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시대의 종결을 선언했습니다. 희망의 종결이라면 좋겠지만, 우리가 맞이해야 하는 건 지구 열대화 시대죠. 따뜻해지는 'warming'을 넘어서, 펄펄 끓는 'boiling' 시대를 경고한 겁니다. 지난 6월의 포르투갈 모라에선 수은주가 46.6도를 찍었고요, 중국 충칭에선 체감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닥치는 등 전 세계가 폭염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유엔국제사법재판소에서는 이렇게 심각한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가 단순히 법적 쟁점을 넘어섰고, 지구라는 행성 전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라고 강조했죠.

한 해 한 해가 다를 정도로 극한의 기후가 다가오고 있지만,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작년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사상 최대치를 찍기도 했죠. 1.5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기후협약을 맺고 전 세계가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흘러가고 있는 겁니다.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자, 과학자들은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예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조작해 보자는 거죠. 바로 '지구공학'의 등장입니다.


햇빛을 가려서 온도 상승을 막아보자는 과학자들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에서 엄청난 폭발이 발생합니다. 뾰족했던 산은 대폭발로 깎여 나갔고, 그 자리엔 거대한 칼데라가 생겼죠. 화산이 폭발하면서 대기 중에 분출한 화산재는 그 양이 너무나도 많아서 성층권까지 화산재 기둥이 형성될 정도였습니다.

NASA에서 분석해 보니 이 화산 폭발로 약 1,500만 톤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에 분출되었는데,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이 대기 중의 물과 반응하면서 황산 입자로 구성된 에어로졸 입자층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웬걸요, 대폭발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떨어지는 겁니다. 알고 보니 분화로 만들어진 에어로졸 층이 태양빛을 더 많이 산란시키면서 지표면에 닿는 빛을 줄여준 거죠.

대류권과 달리 성층권에는 대류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서, 한 번 만들어진 에어로졸 층은 수년간 영향을 주었습니다. 화산 폭발 영향으로 2년 가까이 지구 평균 온도를 낮췄고, 그 수치는 무려 0.5도나 됩니다.

과학자들은 피나투보 화산에서 영감을 받아 태양광이 지구에 들어오는 걸 줄여보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바로 지구 단위의 공학적 접근, 지구공학입니다. 그중에서도 태양광에 집중한 분야를 '태양지구공학(SRM)'이라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화산 분화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방식이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AI)' 기법입니다. 그 외에도 해양 구름을 밝게 만들어서 태양빛의 산란을 증가시키는 기법(MCB)도 있고, 구름 씨앗을 뿌려 인공 새털구름을 만들어서 지구 복사열이 잘 빠져나가도록 하는 방법(CCT)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SF 소설에나 나올 법한 허무맹랑한 소리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과학자들이 뛰어드는 학문 분야이자, 점점 더 이 태양지구공학에 자본이 몰리고 있죠. 기후위기는 점점 가속화되고 심해지는데 이산화탄소는 줄지 않고 있으니, 인공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겁니다.

학술정보 플랫폼 'Lens'에 태양지구공학을 검색하면 이렇게나 많이 나옵니다. 1950년부터 현재까지 총 11만 6,055개의 자료가 나와요. 최근으로 오면 올수록 연구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죠. 그 이유는 자본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2년 동안 태양지구공학에 투자된 금액은 연 3,000만 달러를 넘기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누적 투자금액은 1억 9,170만 달러고요. 2029년까지 예정된 투자액이 1억 6,000만 달러가 넘어서 이러한 증가세는 지속될 예정입니다.

투자한 사람들의 면면을 따져보면, 기술 거물들의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단 빌 게이츠는 2030년까지 이 태양지구공학에 총 97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립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개발도상국의 태양지구공학 과학자들에게 90만 달러를 투자했고, 구글 부사장 출신의 앨런 유스터스는 하버드 대학교의 지구공학 프로젝트에 기부한 바 있죠.

국가별로 살펴보면 영국이 가장 적극적입니다. 영국의 고등연구발명청(ARIA)은 이 태양지구공학에 5,000만 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921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죠.


위험성이 너무 큰 지구공학... 시민들 몰래 실험 강행?
전 세계 79개국 정상들이 지구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해 'CW-7'이라는 냉각제를 살포하기로 결의합니다. 시원한 날씨를 되찾길 바라며 이름도 'Cold Weather'에서 따와 만든 냉각제를 2014년에 살포를 하죠. 하지만 CW-7의 부작용으로 지구엔 빙하기가 찾아오고 맙니다.

이 이야기는 현실이 아니라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이야기입니다. 설국열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SF 작품에서는 인류가 인위적으로 태양빛을 차단했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습니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암흑폭풍작전'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죠.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태양지구공학이 실제 인간과 자연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 게 거의 없다고 지적합니다. 지구라는 거대한 규모의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뒤범벅이 되어있는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조절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실제로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관측되기도 합니다. 지구공학의 한 분야로 볼 수 있는 인공강우. 중국의 충칭에서 폭염을 식히기 위해 인공강우를 실시했는데, 태풍급의 폭풍우가 갑자기 불어닥친 일이 있습니다. 중형급 태풍 수준인 초속 34.4m를 기록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난 거죠. 현지 기상당국은 불어닥친 폭풍우가 인공강우 탓은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요.

또 하나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건, 태양지구공학 연구 자금의 대부분이 북반구 국가들에게로 간다는 겁니다.

현재까지 태양지구공학 투자가 이뤄진 국가는 모두 34개국입니다. 이 중 북반구 국가 12개국이 받은 투자금은 1억 8,820만 달러입니다. 반면 남반구 국가 22개국은 350만 달러, 전체의 2%에 불과하죠.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선진국이 투자를 받고, 또 실험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고 설득하기 쉬운 정부가 있는 남반구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은 남반구 국가들이 떠안게 될 거고요.

지난 5월엔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태양지구공학 역사상 최대 규모의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아프리카의 시민단체들은 이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연구진을 향해 '아프리카는 실험실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진은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워싱턴 대학의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알라메다에서 MCB 기법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항공모함 위에서 바닷물을 공중에 분사해 밝은 구름을 만들어 태양빛을 산란시켜 보겠다는 거였죠. 이들은 북미 해안의, 서울 면적의 약 17배에 달하는 해역에 대규모 구름을 생성할 계획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실험을 사전에 고지 없이 진행했다는 겁니다. 알라메다 시의회는 바로 제지에 나섰고, 결국 실험은 20분 만에 중단되었죠. 이후 알라메다 시의회가 재개 여부를 논의했는데, 만장일치로 실험을 허가하지 않았어요.

워싱턴 대학뿐만 아니라 과거 하버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시 하버드에선 성층권에 분필 가루의 주 성분인 탄산칼슘을 방출해서 실험을 진행하려 했습니다. 스웨덴에서 첫 실험을 진행하려 했으나, 주민들과 여론의 반대가 심해 프로젝트가 취소된 바 있죠.

많은 과학자들이 검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부 연구진은 실험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태양지구공학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제적으로 태양지구공학에 대한 비사용 협정을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하기도 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엔환경총회에서도 이 기술을 규제할지를 두고 합의를 시도했지만, 불발되기도 했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