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각종 지원금 등 복지사업을 대상자가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대상자에게 자동으로 지급하도록 원칙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오전 대통령실이 주최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가 아닌가"라며 "신청을 안 했다고 안 주니까 지원을 못 받아서 (사람이) 죽고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정책기획관에게 "정부가 국민을 위해 지출할 때 대상자가 정해진다. 그런데 왜 굳이 신청 제도를 운용하느냐"며 "정보화 사회라서 다 알고 있는데, 쫙 지급하고 안 받겠다는 사람은 반납하면 되는데 왜 굳이 신청하게 해서 행정력을 낭비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각종 지원 사업 대상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대상자한테 신청하라는 행정편의주의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신청을 별도로 받고 이를 목록화해 지급하는 과정에서 행정력이 낭비돼 불필요한 예산이 지출된다는 문제 의식이기도 합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찾고 지급하는 노력을 정부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본인이 거절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지급을 안 하는 것으로 하면 굉장한 대전환"이라며 "철학 자체가 다른 건데 부처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통령도 "자동 지급이면 행정기관이 확인·조사할 책임이 생긴다"며 "원칙을 어떤 것으로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면 입법으로 처리하면 되니까 (검토하라)"고 말했습니다.
간담회는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약 27조원을 절감하는 정부 지출 구조조정안을 보고하고,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 부처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출 구조조정안의 세부 사항에 대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확정된 것을 공개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다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국가 예산에 대한 감시나 연구가 부족하다며 민간 단체 등에 정부 용역을 의뢰해 예산의 적절성·효율성을 점검하는 제도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정 소장은 정부가 소상공인·중소기업 등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융자사업을 할 때 정부의 돈을 은행을 통해 직접 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수요자가 자체적으로 은행에서 대출받으면 이자를 지원해주는 '2차 보전' 방식을 확대해 효율성을 높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정말 맞는 얘기 같다"며 재정이 충분치 않은 2∼4년이라도 최대한 2차 보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다음 단계로는 공공기관 통폐합도 좀 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간담회에서는 친일파 재산 1천500억원을 환수하는 방안, 자산 가치가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국가보훈부 소유 '88 골프장'을 매각하는 방안, 지방자치단체가 묵혀둔 잉여금을 농협에 맡기면서도 지나치게 낮은 이자를 받는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 등이 제안됐습니다.
민간 탄광에 지원하는 석탄 보조금을 에너지 바우처로 전환하고, 지자체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불필요하게 미리 챙겨두는 관행과 이른바 '깡통 산단(산업단지)'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당연히 집행되는 소규모 예산 중에 '지금 시대에도 굳이 해야 하나', '다른 사업보다 효율성이 있나' 이런 (의문이 드는) 것들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제안 내용을 검토해 보고하도록 참모진에 지시했다.
류덕현 대통령실 재정기획보좌관은 "저효율 예산을 고효율 예산으로 만들 수 있도록 점검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