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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화무십일홍?…각자도생의 시작 [스프]

[이브닝 브리핑]

이브닝브리핑
부부의 닮은꼴 구속 사유 '증거 인멸 염려'
어제 오후 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김건희 씨
김건희 씨가 구속됐습니다. 영장 발부 이유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 짧고 간명합니다. "목걸이(나토 정상회담 때 착용한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받은 것이 사실이냐"라는 영장전담판사의 마지막 질문에 김 씨가 "안 받았다"고 답한 게 결정적으로 보입니다. 진품과 모조품 그리고 목걸이 공여자인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자수서까지 제출됐는데도, "안 받았다"며 사실을 부정한 것은 명백한 거짓말 즉 '증거 인멸의 염려'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생기자 진품을 돌려주고 모조품을 이용해 일종의 '알리바이 조작'에 나섰다는 의심이 짙어지는 겁니다.

여기에다 지난 4월 3일 탄핵소추가 인용되기 전에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노트북을 초기화했고, 탄핵 이후에는 휴대폰을 교체한 뒤 압수한 수사기관에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점. 또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유경옥,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들도 특검 수사 전후로 휴대폰을 초기화한 점까지 더해져 '증거 인멸의 염려'를 키웠습니다. 전직 대통령 부부의 첫 동시 구속이자, 증거인멸 우려라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까지 부부가 닮은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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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반클리프 목걸이, 이른바 나토 목걸이는 구속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영장에는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전달했다는 '그라프 목걸이'만 담겨 있습니다. 막판까지 진품을 확보하지 못해서 영장에 포함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영장 실질심사 때 결정타를 넣기 위한 특검의 승부수로 일부러 빼놨던 건지 추측이 분분합니다. 영장이 청구된 게 지난 7일이란 점에서 특검이 미리 준비한 승부수라기보다 마지막 순간에 완성된 퍼즐로 보입니다. 저희 SBS 법조팀 취재에서도, 주말 이후 반클리프 매장 직원의 언론 인터뷰가 나오고 서희건설의 수상한 움직임과 압수수색이 이어지면서 영장실질심사 직전에 서희건설의 자수서와 진품이 제출된 걸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검의 후속 수사방향 및 영장실질심사 막전막후 이야기, 구속된 김건희 씨의 현재 상황 등 자세한 소식은 잠시 뒤 8뉴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관련된 정치적 파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건희 특검은 통일교 관련 부분을 확인하겠다며 오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당분간 연일 큰 뉴스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선 특검 출석 때 했던 "아무것도 아닌" 발언과 어제 영장실질심사에서 나온 "화무십일홍" 발언에 담긴, 김건희 씨의 부질없는 현실 부정을 좀 더 짚어보려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화무십일홍?
어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김건희 씨 변호인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로 김 씨의 처지를 설명했습니다. "현재 김 여사가 가지고 있던 꽃은 다 떨어졌다"는 진술을 통해 지금 김 씨는 어떤 권세나 권력도 없고, 나아가 처음부터 국정에 관여할 권한도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로 보입니다. '윤석열 위에 김건희' '윤건희 정권' 등의 시중의 평가는 근거 없는 오해일 뿐이란 주장으로, 김 씨가 특검에 출석하면서 했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변형된 표현인 셈입니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지적한 대로 전략적인 몸 낮추기, 명백한 현실 부정입니다. 더구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성립하기나 할까요?
"나의 추락은 세 단계에 걸쳐 진행되었다. 현기증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찔한 추락은 갑작스러운 상승이 전제되어야 했다."
- 소설 <해리쿼버트 사건의 진실> 중-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결코 추락할 수 없습니다. 현기증 나는 아찔한 추락은 갑작스러운 상승이 전제돼야 가능합니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화무십일홍 역시 권력의 유한함과 덧없음을 일컫는 말이지, 실질적 권한이 없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아닙니다. 김건희 씨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라, V2(VIP 대통령 다음의 2인자)를 넘어 V0(명태균 씨 주장대로라면 인사와 공천권을 5대5로 나눠가진, 그러면서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VIP보다 나은)까지 급상승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현기증 나는 아찔한 추락이 성립되는 겁니다.

사상 첫 전 대통령 부부의 동시 구속, 그것도 '증거 인멸 우려'라는 영장 발부 이유를 보면서 국민들이 떠올릴 사자성어를 굳이 꼽는다면 '화무십일홍'보다는 타조가 수풀에 머리를 박고 현실을 외면하는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제격입니다.


아찔한 추락은 각자도생을 부른다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된 혐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및 공천개입(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 청탁(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3개입니다. 특검법에 명시된 혐의가 16가지(정확히는 15개에 인지된 관련 수사를 더해 16가지인데 당장 이른바 집사게이트가 더해진 걸 감안하면 수사 대상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에 이른다는 점에서 특검 수사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고비를 넘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동시 구속'은 관련자들에게 둑이 무너진 것으로 받아들여질 겁니다. 각자 살 길을 찾는 '각자도생'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수사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했던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의 진술이 달라졌고,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동석했을 때와 아닐 때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진술이 달라졌던 게 대표적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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