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DX 사업의 두 경쟁사인 HD현중과 한화오션이 부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마주 보고 부스를 설치했다.
공동개발, 경쟁입찰, 수의계약 등 상세설계 업체 선정 방식을 결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한국형 차기 이지스 구축함 KDDX 사업이 새 정부에서는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1년 이상 허송세월했습니다. 참여 기업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선정 방식을 도출하면 금상첨화이고, 반발하는 기업이 나오더라도 특단의 결심을 밀어붙여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KDDX 최대 난제는 업체 선정 방식의 선택일까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특정한 선정 방식이 결정돼서 배를 짓는다고 해도 KDDX의 심장이자 손발, 근육, 혈액이나 다름없는 완전통합전기추진체계(Integrated Full Electric Propulsion)가 불안합니다. 통합전기추진체계가 상당히 어려운 기술인 데다, KDDX 기본설계에 현재 채택된 완전통합전기추진체계는 수상함 탑재 실적이 전무한 미지의 물건입니다. KDDX 선도함이 실체도 묘연한 통합전기추진체계의 실증함, 검증함이 되는 격입니다.
성능이 입증된 것은 물론이고, 서방 해군의 최신예 초대형 함정에 탑재돼 대양 항해를 이끄는 통합전기추진체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KDDX는 구태여 모험적 추진체계를 골랐습니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성능 불명의 통합전기추진체계를 달았다가 10년 동안 개점휴업 중인 영국의 데어링급 구축함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완전통합전기추진체계란?

2023년 진수된 우리 해군 울산급 배치(Batch)-Ⅲ 1번함 충남함은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체계 방식의 함정입니다. 평시에는 소음이 적게 나는 전기 추진 방식으로 운항하다가, 유사시에는 가스터빈 추진으로 고속 기동합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각하면 됩니다.
완전통합전기추진체계의 KDDX는 전기로만 달리는 전기차와 같습니다. 통합전기추진체계는 기계식이나 하이브리드보다 용량이 큰 발전기로 고전력(high power)을 생산합니다. 바로 이 전기의 힘만으로 함정은 움직입니다. 통합전기추진체계는 함정 내에 필요한 전기도 함께 공급합니다. 전체 운전 범위를 통틀어 소음이 적어서 대잠수함 작전 능력이 뛰어납니다. 초기 획득 가격이 높고, 함정 탑재 실적이 많지 않아 검증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미국 해군의 최신예 구축함 줌왈트와 영국 해군의 항모 퀸 엘리자베스가 완전통합전기추진체계로 가동됩니다. 성공적인 통합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줌왈트급 3척과 퀸 엘리자베스급 2척은 모두 영국 GE파워컨버전(GEPC)의 통합전기추진체계을 채택했습니다. GEPC의 완전통합전기추진체계 정도면 신뢰성이 보장된다고 부를 만합니다. 답답하게도 KDDX는 수상함 완전통합전기추진체계 실적이 없는 미국 레오나르드 DRS의 것을 택했습니다.
DRS 통합전기추진체계로 KDDX 무탈할까?

성능 검증이 미비한 완전통합전기추진체계의 위험성은 영국 해군의 데어링급 구축함이 잘 보여줍니다. 선도함부터 2010년 처녀 항해 중 추진체계가 먹통 됐고, 나머지 5척도 유사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도 6척 모두 기지에 발 묶이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영국 해군이 자국의 롤스로이스가 개발한 고효율의 신형 가스터빈을 고집했고, 이에 따라 기존 설계안 대비 출력이 줄어든 디젤엔진 체계 구성 조합의 미숙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식별돼 10년 이상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우리 조선업계와 해군이 KDDX 사업을 두고 하는 진짜 걱정은 "KDDX가 데어링급의 복사판이 되지 않을까"입니다. KDDX의 통합전기추진체계는 DRS와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이 개발합니다. DRS의 수상함 통합전기추진체계 실적이라곤 줌왈트급의 추진전동기 육상 실증이 전부입니다. 해군의 조함 분야 한 장교는 "DRS의 줌왈트 육상 실증에 대한 평가는 매우 안 좋다", "대실패를 겪는 영국 데어링급은 육상 실증에서 성공했지만 대양 실선 검증 단계에서 무너졌다"고 꼬집었습니다. 데어링급보다 KDDX의 완전통합전기추진체계의 사정이 오히려 나쁘다는 뜻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울산급 배치-Ⅱ, Ⅲ 실적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울산급은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방식이고, KDDX은 통합전기 추진 방식입니다. 추진전동기 용량은 울산급이 2MW 안팎인데 반해, KDDX는 25MW입니다. 함내 탑재 발전 용량은 울산급 7MW급, KDDX 70MW입니다. 울산급은 KDDX와 비교 대상 자체가 안 됩니다.
결론적으로 DRS-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은 수상함 통합전기추진체계 실적이 없습니다. KDDX는 이들 업체가 개발할 전기추진체계를 넣고 실증함, 검증함이 돼야 합니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국방부와 방사청, 해군은 KDDX 상세설계 업체 선정 방식에만 몰두할 때가 아닙니다. KDDX 완전통합전기추진체계의 대안 마련이 더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