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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가 말하는 완벽한 파트너의 조건, "호흡을 똑같이 해야 해요"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소프라노 이해원

사진 : anrc.magazine 유튜브 채널
'독창'은 혼자 부르는 노래를 뜻하지만, 독창회에는 대개 성악가 외에도 한 사람이 더 무대에 있습니다. 바로 반주자입니다. 무반주곡이 아닌 한, 모든 노래에는 반주가 따르고 피아니스트가 이 역할을 할 때가 많죠.

소프라노 이해원 씨는 성악가와 반주자가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비유적인 의미에 그치지 않습니다. 공연장의 울림, 피아노의 상태, 예기치 않은 숨 고르기까지…무대 위에서는 매번 새로운 대화가 펼쳐집니다.

'호흡 맞추기'의 어려움과 즐거움, 반주자의 역할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 들어보세요.

김수현 기자 : 가곡에는 보통 피아노 반주 같이 하잖아요. 피아니스트의 역할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소프라노 이해원 : 너무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성격도 잘 맞는다면 더 좋고 공유하는 이야기의 결이 맞으면 음악의 결도 비슷해지는 것 같고, 그런 역할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기악 반주자가 성악 반주 어렵다고 하고, 반대로 성악 반주자는 기악 반주가 어렵다고 하는 게 호흡하는 것도 너무 다르고, 사실 노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다르게 많이 불러요. 리허설 때와는 (달리) 그때그때 다르고. 숨이 달릴 때도 있고 여유로울 때가 있다 보니, 약속하지 않은 곳에서 숨 쉴 때도 많고 돌발 상황에서도 잘 맞춰주셔야 하는 와중에 악보를 잘 쳐주셔야 하고... 요구되는 것들이 많아요.

김수현 기자 : 숨 쉬는 것도 약속돼 있다면, 성악가가 숨을 쉴 때 피아니스트도 비슷한 부분에서 숨을 쉬게 되나요?

소프라노 이해원 : 무조건 함께 숨을 쉬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템포를 맞추는 게 어렵고. 학교 다닐 때 반주과 학생들이 하는 연주에 늘 성악하는 사람, 기약하는 사람들이 같이 가서 시험을 보거나 연주를 했었는데, 제가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해서 반주과 수업을 많이 들어갔는데 선생님들이 늘 "함께 숨 쉬어야 한다. 그들이 어디서 숨을 쉬는지 알아야 같이 숨 쉬고 노래할 수 있다." 피아노로 연주는 하지만 함께 노래하고 있어야 저와 같은 길을 가는 거죠.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근데 '여기서 숨 쉬세요'라고 악보에 쓰여 있지는 않으니까. 쉼표 같은 게 있긴 한데.

소프라노 이해원 : 맞아요. 연주자가 재량껏 바꾸기도 하고 프레이즈가 길면 중간에 쉴 때도 있으니까 약속은 하지만, 노래한 사람이 약속하지 않은 곳에서 숨 쉬기도 하고. 그래서 잘 맞아야 된다.

김수현 기자 : 반주의 음량에 대해서는, '노래가 잘 들리려면 반주는 좀 작게 쳐줘야 되는 거 아닌가' 전 어릴 때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제가 합창대회 반주 할 때, 반주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노래가 잘 들리려면 반주는 들릴 정도로만 치면 되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것만은 아닌가요?

소프라노 이해원 : 모든 공연장의 홀 컨디션과 피아노의 컨디션이 다 다르잖아요. 예를 들면 지금 이 공간은 울림이 많이 없고 어느 공간에 가면 울림이 크기 때문에 노래하는 사람도 크게 들리고 반주도 크게 들릴 때가 있는데, 매 공연장에 가서 사운드 체크를 무조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피아노 소리가 작게 들리면 뚜껑을 많이 열고, 더 늘려도 되면 아예 활짝 열어버리는 식으로 상황을 보면서 체크하는 것 같고, 노래하는 부분이 커질 때 피아노가 받쳐주면 노래하기 더 쉬울 때가 있거든요. 서로 에너지를 계속 주고받아야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야말로 같이 호흡한다는 말이...

소프라노 이해원 : 네. 정말 같이 호흡해야 되는. 그래서 듀오라고 표현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듀오라고 하지 않을까. 반주자가 아니라 두 명의 연주자가 함께 호흡하고 둘이 같은 시너지를 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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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 안 맞는 반주자와 하면 노래하는 분도 힘들겠어요.

소프라노 이해원 : 너무 힘들어요. 이게 참 어려운 게, 뭐라 설명할 수 없거든요. '템포를 당겨 주세요'라고 하면 너무 당겨서 가는데, 그 당기는 게 아니라 그 느낌인 건데. 사람도 이러이러해서 맞는 게 아니라 그냥 맞는 사람이 있고 그냥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음악을 할 때도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어떻게 할지 너무 잘 알아서 합이 잘 맞는.

이병희 아나운서 : 그건 한번 노래를 불러봐야 아는 거죠?

소프라노 이해원 : 그렇죠. 노래를 불러보고 같이 연주하다 보면 알 수 있는 것 같고, 저를 잘 맞춰주는 게 잘한다고 생각할 때도 많은 것 같아요. 반주자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너무 많기보다는 나의 아이디어를 존중해 줘서 따라와 주면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김수현 기자 : 반주자와 아이디어가 안 맞으면 어떻게 해요?

소프라노 이해원 : 리허설 때 조율을 해요. 예를 들면 '여기서 작아지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기 템포가 조금 빠른 것 같은데 좀 늦춰볼까요?' '제가 너무 빠른가요?' 이렇게 물어보기도 해요. 그렇게 하면서 조율하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연습하기 전에 일상에서 같이 얘기를 한다거나 이럴 때 너무 잘 맞고 대화가 잘 되는 반주자와 하면 더 잘 맞을 확률이 높은가요?

소프라노 이해원 : 그런 분이라면 아마 제가 하는 음악을 많이 받쳐주시려고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그만큼 얘기할 때도 저의 생각에 동의를 많이 해 주신다는 거니까. 근데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리허설 아닌 시간에 만나서 대화하는 게 사실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은 생각을 안 해봤어요. (웃음)

김수현 기자 : 반주가 되게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소프라노 이해원 : 진짜 어려운 길을 가는 분들이고, 사실 연주를 1시간 반 한다거나 독창회를 한다면 중간에 함께해 주시는 다른 악기가 있거나 하면 솔로 곡을 부탁드리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저는 5분이라도 쉴 수가 있는데 반주자는 계속 연주해야 되니까 너무 힘드실 것 같고.

저는 제가 노래하는 게 차라리 덜 떨리고 악보를 넘겨준다거나 뭔가 다른 입장에 있을 때 더 떨리는 것 같아요. 메인일 때보다 서브를 할 때 더 떨리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아마추어끼리 하는 거였지만, 제가 악보 넘기는 걸 한 번 한 적 있는데 더 떨려요. 진짜.

이병희 아나운서 : '내가 제때 못 넘기면 어떡하지' 이런 거요?

김수현 기자 : 실제로 그때 제가 악보 넘겨드린 분이 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멈추셨어요. 그래서 '어머, 내가 잘못 넘겼나?' 근데 제 잘못은 아니었어요. 갑자기 헷갈리신 거예요. 도돌이표도 많고 막 이런 곡이었는데, 평소에 너무 잘하시던 분인데 갑자기 확 헷갈렸대요. 그래서 멈추고 다시 처음부터 하는. 저는 진짜 너무 놀라서 '내가 뭔가 잘못했나' 그랬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래서 서브가 더 떨린다는 말이...

소프라노 이해원 : 너무 이해되시죠? 해보시니까. 맞아요. 진짜 떨리는.

김수현 기자 : 제가 해서 제가 잘못하면 내 잘못이니까 그냥 감당해야 될 대가인데, 남이 하는데 서브를 했다가 내가 잘못해서 그 사람까지 망치면 어떡해요. 더 부담스럽잖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어쨌든 노래는 반주가 꼭 있어야 하는 거니까.

소프라노 이해원 : 네. 너무 중요하고 누구냐에 따라서 제 노래도 달라지고 그러는 것 같아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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